61개 항목 법률로 규정…“영업기밀 노출…경쟁하지 말라는 거냐” 반발
공공택지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확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21일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로 넘겨졌다. 본회의 처리 일정과 별개로 분양원가 공개 확대는 늦어도 12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건설업계는 곤혹스런 표정이다.
25일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건설사가 공공택지 원가 공개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61개 이상으로 늘리는 시점은 12월 초가 될 예정이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통과가 예정된 본회의가 11월 초에 있지만 이와 별개로 정부가 같은 내용의 시행규칙을 12월 초까지 완료할 예정이어서 그때부터는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무조건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시행규칙으로 운영돼 온 공공택지 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법률로 못 박는다.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공개 항목을 61개 밑으로 줄일 수 없게 한 것이다.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2007년 61개 항목으로 법제화됐으나 2012년에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12개로 축소한 바 있다. 5년 만에 공개 항목이 다시 61개로 부활하는 형국이다.
개정안은 분양원가 공개 항목 수를 늘려 택지비, 공사비, 간접비, 기타비용 등 기존 항목을 세분화한다. 분양가 산출 내역을 구체적으로 알려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간 공공아파트도 인근 시세에 맞춰 분양가가 높게 나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2개뿐인 원가 공개 항목으론 분양가 검증이 어렵다는 비판도 따랐다. 61개 이상이 될 공개 항목의 구체적인 내용과 개수는 정부가 시행규칙으로 정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분양원가 공개는 소비자의 알 권리이며, 부동산가격 거품으로 인한 자산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민생개혁의 첫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분양원가 공개 확대가 청약 경쟁을 과열시키고, 무주택자에겐 주택 구매 여력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로 낮은 분양가가 형성되면 청약 경쟁이 심화할 것”이지만 “저렴한 분양가로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간택지 분양가 인하를 압박하는 신호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정안 상임위 통과로 큰 타격이 예상되는 건설업계는 당황하는 모양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건설사들 입장에선 분양원가 공개 확대가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라며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늘면 기술력, 자재구매력 등 영업기밀이 다 노출돼 제대로 된 시장 경쟁은 불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