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국내 통신시장에서 밀월(蜜月) 관계를 유지해 오며 상부상조하던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관계가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신서비스 가입과 휴대전화 판매를 분리하는 단말기완전자급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각자 유리한 쪽으로 입장을 틀었기 때문이다.
26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단통법 폐지, 통신비 인하와 맞물려 단말기완전자급제에 대한 법안이 2개나 발의됐다. 특히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 LG등 대기업의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된 자급제 법안을 내놓으면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박 의원이 내놓은 법안대로 대기업에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통과되면 삼성 디지털프라자, 하이마트, LG베스트샵 등은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앞서 법안을 발표한 김 의원의 경우 별도의 단말 공급업자를 만들며 이통사 계열만 공급업자에서 제외했다.
다음달 1일부터 폐지되는 단통법의 대안으로 단말기자급제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20년간 고착화된 통신 시장의 유통구조가 바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보이지 않는 보조금으로 휴대폰 수급을 모의했던 이통사와 제조사의 오랜 동맹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 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인 반면 삼성전자는 반대하고 있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탓이다.
SK텔레콤은 현재 자급제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자급제를 통해 통신비에서 할부원금으로 불리는 제조 가격을 덜어내 고액의 가계통신비 주범 이미지를 벗고, 마케팅비용도 줄일 수 있어 오히려 이득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LG 유플러스와 달리 단말기 매출이 잡히지 않는 점도 자급제 시행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선택약정할인 25%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통사가 책임져야 하는 통신비 부담금액이 커진 만큼, 기존 카르텔 관계를 유지하면 막대한 손실을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SK텔레콤을 제외한 KT, LG유플러스는 입장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EO가 컨콜에서 밝힌 것은 자급제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일뿐 아직 완전한 찬성은 아니다”라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박 의원의 법안 발의로 인해 반대 목소리를 더 크게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지털플라자라는 자체 유통 라인을 통해 제고 밀어내기 등이 가능한데 이러한 판매 수단이 원천봉쇄당하기 떄문이다.
물량을 담보로 한 협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전통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이 깨지는 것도 부담이다. 국내 제조사가 사실상 삼성, LG 이외에 전무한 상황에서 외산 스마트폰의 판매 확대 카드를 쓰게되면 통신사와의 역학 관계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하는 것도 불편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온도 차가 다소 있다”며 “가격은 글로벌 전체 기준에 의해 움직이고 우리는 글로벌 회사이기 때문에 한국시장에만 맞춰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고 자급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여기에다 “실제 유통점 단위에서는 고통이 상당히 클 것이다. 고용불안과 유통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관계당국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영민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급제 시행하면 통신비 내려간다는 의견에 대해) 시장이라는 건 딱 떨어지게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단말기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생각하는 게 있을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