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부 차장
윤 회장은 26일 단독으로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의 심층평가를 받는다. 이변이 없는 한 윤 회장의 연임은 확실시된다.
윤 회장은 금융권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윤 회장이 걸어온 인생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면 파란만장한 삶을 엿볼 수 있다.
윤 회장은 1974년 광주상고, 1982년에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1985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1999년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윤 회장의 독특한 이력은 1973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1980년 공인회계사에 합격했다.
이듬해엔 행정고시(25회) 필기시험을 차석으로 통과했으나, 당시 총무처(현 행정안전부)가 윤 회장의 학생운동 시위 전력을 문제 삼아 면접에서 탈락시켰다. 만약 이때 윤 회장이 합격했다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행시 동기이다. (그로부터 27년 후인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부당함을 바로잡아 윤 회장은 행시 합격증을 받았다.)
관료가 아닌 회계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윤 회장은 1999년 삼일회계법인의 부대표에 올랐다.
윤 회장이 재무 전문가 이력을 밑천으로 국민은행 직원들과 한솥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윤 회장에게 재무본부장(부행장) 자리를 권유했다.
그러나 윤 회장은 개인금융그룹 대표(부행장)로 자리를 옮긴 2004년 국민은행의 국민카드 흡수·합병 회계처리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불과 2년 만에 떠나게 됐다. 이후 2005년부터 5년간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회계사)으로 일하다가, 2010년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로 복귀했다.
‘윤종규’ 세 글자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다. 윤 회장은 당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권력 암투로 벌어진 ‘KB 사태’의 소방수로 등장했다.
윤 회장은 국민은행장을 겸직하며 흔들린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체질을 개선했다. 재임 3년 만에 1등 금융그룹인 신한금융과 필적할 만한 성과를 냈다.
KB금융의 성장 배경에는 ‘재무통’인 윤 회장의 본능적인 감각과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보여준 결단력이 있었다.
국민은행의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을 옛 현대증권, KB손해보험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발생한 염가매수차익 약 8000억 원으로 상쇄해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 원을 5년 만에 재돌파한 것은 윤 회장의 기지(機智)가 돋보이는 사례이다.
다만 윤 회장이 정성적인 평가에서도 박수를 받을 만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이 어렵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이 줄기차게 윤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맹점에 대해 윤 회장이 노조에 사과까지 했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어찌 됐든 이번 불협화음(不協和音)은 조직을 이끈 윤 회장의 책임이 크다.
‘윤종규 2기’ 체제의 안착을 위해 노조는 반드시 품어야 한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에 또다시 분란이 생겨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