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 판독·진단 분야 두각…암치료 전문 ‘왓슨’ 대학병원 도입…3D프린팅 활용 수술 정확도 높여
2154년을 배경으로 제작한 영화 ‘엘리시움’에는 누워 있기만 하면 진단부터 치료까지 알아서 해주는 자동진단치료 캡슐이 등장한다. 영화의 장면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의료계는 한 단계씩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미래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밀하고 위험성이 높은 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은 두드러지고 있으며, 실제 영상의료데이터 판독과 진단, 환자의 위험 징후 예측 등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논쟁 중이지만, 미래의 의료와 의사의 역할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 의료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 바람은 불고 있다. 지난해 9월 가천대 길병원이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 포 온콜로지’를 암환자 진료를 위해 도입한 데 이어 건양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국내 대학병원들이 속속 도입하고 있다.
암 치료에 특화한 왓슨은 300개 이상의 의학저널,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정보 등에서 치료 가이드라인을 분석해 각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제안해 의사의 진료를 돕는다.
또 이달 12일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지방흡입시술 특화 병원인 365mc는 인공지능 지방흡입 기술인 ‘MAIL(Motion captur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ssisted Liposuction)’을 공개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세계 최초로 시술에 적용된 사례다. 시술과 수술의 경우 의사마다 다른 시술과 수술 동작으로 수치화한 데이터를 내기 힘들어 인공지능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됐지만, 한계를 넘어 비교적 동작이 간단하고 반복적인 지방흡입시술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시켰다.
신약 개발·의약품 조제 등 제약 부문에서도 인공지능 로봇이 활동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9월부터 이탈리아 루치오니그룹의 의약품 조제 로봇인 ‘아포테카케모’를 사용 중이다. 이 로봇은 약사가 항암주사제 조제 시 발생하는 유독한 증기 흡입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을 없애고, 의약품 조제 생산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의학 분야에서 또 한 가지 주목받는 기술은 3D프린팅이다. 특수한 소재를 얇게 쌓아올려 3차원 물체를 복제하는 기술로, 보청기·틀니·의족 등 개인 맞춤형 의료 보형물을 제작하거나 해부용 신체 제작, 수술 계획을 위해 사용되는 장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 장기를 만드는 바이오 3D 프린팅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연세의료원 산학융복합의료센터에 설립된 ‘오가메디’는 환자 맞춤형 위장모델을 국내 최초 3D프린팅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으며, 지난달에는 삼성서울병원 백정환 이비인후과 교수팀이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구강암 환자의 턱뼈(하악) 재건 수술 모델과 골절제 가이던스를 개발했다.
기존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자료를 이용해 수술이 이뤄졌지만, 3D 프린팅 기술 덕분에 재건 효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수술 정확도가 높아지고 수술 시간도 단축됐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백정환 교수는 “3D 프린팅을 활용한 모델을 이용하면 의사들이 이론으로만 배우던 수술법을 손으로 실제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결국 환자들에게 이득”이라며 “앞으로 더욱더 다양한 3D 프린팅 수술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