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주력부문 화학·호텔롯데 빠져…롯데쇼핑 등 지분 추가·금융 계열사 매각 문제도 풀어야
재계 5위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공식화하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뉴롯데’시대가 활짝 열렸다. '뉴롯데'는 50년 역사의 한국 롯데가 제2의 출발을 선언하는 동시에 2년여간 이어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그룹에 대한 신 회장의 지배력을 한층 더 다지고 ‘일본기업’이라는 국적 논란 꼬리표를 완전히 떼려면 호텔롯데의 상장이 시급하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기준 요건에 미흡한 행위제한요건 등도 충족시켜야 한다.
◇신동빈 체제 안정화·투명경영 발판 = 롯데지주의 출범으로 롯데그룹은 그동안 신동빈 회장이 약속한 투명경영이 가능해졌다. 더욱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바람잘 날이 없었던 그룹 분위기 역시 새로운 반세기 성장을 위해 다잡을 수 있게 됐다.
롯데지주 모태가 된 4개 회사의 올해 상반기 보유지분을 기준으로 추정한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10.56%, 신동주 전 부회장 5.73%, 신격호 명예회장 2.92% 등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지난달 15일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게 됐다. 증권업계는 신 회장이 향후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지분을 20%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우호지분을 더하면 신 회장 측 지분은 50%에 달할 전망이다.
◇순환출자·지주사 행위제한요건 충족 = 롯데지주의 출범으로 롯데그룹은 ’반도체 회로도보다 복잡하다’고 평가받던 지분 관계가 정리되며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벗어난다. 특히 2015년 기준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 중 349개를 해소해 현재 67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남았는데 롯데지주 출범으로 이마저 해소된다. 다만 롯데지주 출범 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 고리 12개와 상호출자 6개 등 18개가 새로 생겨 공정거래법상 6개월 이내에 이를 없애야 한다.
롯데지주는 또 2년 이내에 상장사 20% 이상, 비상장사 40% 이상 등 자회사 지분율 요건도 맞춰야 한다. 롯데지주는 현재 △자회사 이외 계열사 지분 보유 불가 △자회사 지분율 규제 △자회사의 손자회사 이외 계열사 지분보유 불가 △자회사의 손자회사 주식보유에 대한 지분율 규제 △손자회사의 국내 계열회사 주식소유 제한 △증손회사의 국내계열회사 주식소유 제한 △지주회사체제 내 금융회사 지배 금지 등 7개 요건에 미달한다. 구체적으로 상장 자회사인 롯데쇼핑(17.9%)과 롯데칠성(19.3%) 지분이 20%에 미달한다. 손자회사 롯데홈쇼핑과 롯데하이마트 소유의 롯데렌탈 지분 13.5% 매각도 불가피하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반쪽 지주사 탈피 = 롯데지주는 유통과 식음료 등을 아우른 지주회사로, 롯데그룹 주력 부문인 화학과 호텔롯데는 여전히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어 ‘반쪽자리’라는 평이 나온다. 신동빈 체제가 명실상부하게 완성되려면 그동안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해왔던 호텔롯데의 상장과 합병이 반드시 필요하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롯데케미칼(12.68%), 롯데건설(43.07%), 롯데물산(31.13%), 롯데제과(3.21%) 등의 주요 주주다.
롯데그룹은 앞서 2015년 8월 호텔롯데의 상장과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바 있으며 지난해 1월 상장예비심사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7월로 일정이 연기된 이후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까지 겹치면서 결국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특히 호텔롯데는 현재 지분 99%가량을 일본롯데와 L1~L12투자회사, 일본패미리 등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갖고 있다. 이에 향후 이뤄질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합병 시 신동빈 회장의 지분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롯데지주의 가치도 상승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은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롯데시네마 등의 상장도 병행하고 있다. 그룹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향후 완성될 통합 롯데지주의 일본 측 지분은 6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재판 결과가 변수 = 롯데지주는 금융 계열사 지분 매각이라는 난제도 안고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 10개 금융회사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현행법상 순수 지주회사는 금융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돼 있다. 롯데지주는 2년 이내에 금융 회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에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허용 가능성이 작아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롯데지주가 그룹사 외부로 매각하기보다는 지주회사 상단에 있는 호텔롯데에 매각할 가능성을 크게 점치고 있다.
신 회장 개인으로서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공여죄와 횡령배임 혐의 등 두 건의 재판 결과도 지주회사 전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뇌물공여죄 1심 선고는 이르면 10월, 늦어도 12월에 열릴 예정이고, 횡령배임 재편 결과도 12월 말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만일 신 회장이 유죄를 받을 경우 비리 경영인을 배격하는 일본의 기업문화에 따라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신 회장이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권 강화를 서두를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