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부 차장
삼성증권의 경우 8월 금융위원회(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초대형IB의 핵심 사업인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인가 심사를 보류한 것은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 절차가 진행 중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심에서 특검의 구형보다 절반 이상 낮은 5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8개월째 옥중에 있다.
여기서 이 부회장의 삼성증권 지분이 거의 없음에도 ‘대주주 적격성’ 논란의 대상이 됐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20.76%)이며,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은 0.06%에 불과하다. 금융위에 따르면 삼성증권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대주주 중 한 명이라는 이유가 적용됐다.
금융위는 삼성증권에 ‘심사보류’라는 강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나머지 증권사들 역시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제재 사항들이 상당수 있었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는 올 들어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건수의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미래에셋대우가 2015년 유로에셋투자자문이 대규모 손실을 낸 상품을 판매한 사실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작년 6월부터 한 달간 베트남 하노이 소재 빌딩 담보 25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공모가 아닌 사모로 팔아 과징금 20억 원과 기관주의 조치도 받았다. 또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올 초 발생한 미래에셋대우의 IT시스템 통합 관련 전산 장애에 대해 50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냈다.
아울러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한국증권금융의 예수금으로 운용되는 머니마켓랩(MMW)에 예치하고 이에 따른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이유로 금감원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금융위는 초대형IB를 신청한 증권사들의 제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인가 결정을 할 예정인 만큼, 사실상 이 모든 제재들이 초대형IB 최종 인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때문에 ‘재벌 개혁’이라는 현안과 재벌에 대한 국민의 반감 정서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삼성증권에 본보기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물론 이 같은 상황에서 반대로 삼성증권에 대해 심사 보류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오히려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은근슬쩍 넘어갔다는 여론이 빗발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금융당국은 둘 중 하나의 입장을 취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5개 증권사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초대형IB 시장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할 금융당국이 오히려 증권사들의 분위기를 위축시켰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삼성증권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걸린다면, 금융 시장이 규제 산업이라는 명목 아래 ‘대주주 지분 매각’ 처분 명령과 같은 또 다른 방법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국민 정서 등도 고려해야겠지만, 증권사들이 초대형IB를 원활히 준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의무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