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62) 회장이 횡령과 배임 등 혐의 대부분을 아버지 신격호(95) 총괄회장 책임으로 돌렸다.
신 회장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자신의 피고인 신문에서 "롯데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뒤 신격호 총괄회장과 경영 전반을 총괄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2015년 상반기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다하고, 나는 보필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 셋째 부인 서미경(57) 씨와 그의 딸 서유미 씨가 운영하던 유원실업에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를 맡기는 등 774억 원 상당의 일감을 친·인척에게 몰아준 혐의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은 "유원실업에 롯데시네마 매점을 임대하기로 결정한 건 신격호 총괄회장이었다"라며 "2011년 혹은 2012년에 신영자 이사장 등 다른 사람에게 매점 운영을 그만두는 게 어떨지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원실업 매점 임대 사업 관련해서) 총괄회장께 직접 말씀 올리기도 어렵고 사업 자체를 없애는 건 총괄회장 말씀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또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부당하게 급여를 지급한 혐의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에서 역할이 없지 않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급여를 많이 받은 게 이상하지 않냐"라는 질문에는 "총괄회장이 결정한 것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대답을 피했다.
서 씨 모녀에게 흘러간 급여에 대해서도 "총괄회장에게 (급여 지급 문제를) 건의할 수는 있겠지만 결정은 아버지가 한다"며 답변을 반복했다.
신동빈 회장은 1249억 원대 배임과 50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신 회장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 씨 모녀에게 774억 원 상당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신 총괄회장과 함께 신동주 전 부회장 등에게 급여 명목으로 508억여 원을 부당하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