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 퇴진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세대 교체 및 조직 쇄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 안팎에선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인적 및 조직 쇄신 작업 구상에 착수했다. 먼저 권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방을 구성했던 윤부근 사장(CE부문)과 신종균 사장(IM부문)의 퇴진이 점쳐진다.
윤 사장(1953년생)의 경우 권 부회장(1952년생)과 불과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종균 사장 역시 1956년생으로 이미 60세가 넘었다. 권 부회장이 임직원에게 밝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는 메시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 사장과 신 사장이 경영 뒷선으로 물러난다면, 김현석 사장(CE부문)과 고동진 사장(IM부문)이 각 사업부문의 리더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 한 관계자는 “오너 부재 속에 권 부회장마저 사퇴한 상황에서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이 동반 퇴진한다면 충격이 클 것”이라며 “이들이 구축한 글로벌 인맥과 연륜에서 나오는 통찰력 등 아직 현업에서 역할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세대교체로 인해 누적된 인사 적체가 풀리고, 조직에 새 피가 돌 것이란 긍정적인 면도 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를 소폭으로 진행해 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총수 역할을 했지만 2014년이나 2015년에도 큰 폭의 인사는 없었다. 지난해에는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며 사장단 인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제대로 된 사장단 인사가 없었던 셈이다.
이 밖에 삼성 계열사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신설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래전략실의 핵심 기능만을 갖춘 ‘미니 컨트롤타워’를 삼성전자 내에 두는 방안과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 측은 그룹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 1년도 안 되는 상황이라 부담스러운 눈치다.
한편, 현업 직원들은 최근 조직 쇄신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 근무하는 한 반도체 엔지니어는 “권 부회장 퇴진 등 최근 어수선한 분위기가 우리와는 크게 상관없다”며 “평소와 다름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