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 없는 자리에 '처음처럼'...소주시장 점유율 50% 무너질듯
하이트진로가 노사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수입맥주 공세로 맥주사업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파업으로 제품 납품에 차질을 빚으면서 영업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8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달 시작된 하이트진로의 파업이 20차례의 노사 간 협상에서도 임금인상률을 둘러싼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17일 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장기화하고 있다. 노조 측은 13일부터 6개공장 중 4개 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한 상황이다. 이들 4개 공장은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1조8902억 원 중 약 82.6%에 해당한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비노조원들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맥주 및 소주 공급을 위해 홍천 맥주공장과 이천 소주공장 등 2개 공장만 비상 가동 체제로 운영 중인데 일부 납품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구매력이 더 큰 대형마트에 우선 납품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도 1주일 분량의 재고만 남아 있으며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는 참이슬 발주 중단조치가 내려져 편의점 재고가 거의 떨어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장기파업으로 국내 주류 시장 판도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일선 편의점에서는 참이슬 대신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자리를 대체하고 있으며 무학도 평소 물량보다 많은 양을 공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50%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해석이다.
소주보다 더 심각한 것은 맥주다. 하이트진로의 이번 노사 갈등은 맥주공장에서 비롯됐다. 맥주 사업이 날이 갈수록 고꾸라지자 맥주공장 3개 중 1개 공장을 매각하기로 하고 3월 희망퇴직을 실시해 300여 명의 직원과 10여 명의 임원을 내보냈다.
하이트진로 맥주사업은 2012년 오비맥주에 1위 자리를 뺏긴 후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와 수입 맥주들에 밀려 점유율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주력 브랜드인 ‘하이트’를 중심으로 2008년 59.3%의 정점을 찍고 2009년 57.5%, 2012년 44.34%에 이어 현재는 30%대까지 점유율이 주저앉았다. 맥주 사업의 4년간 누적적자도 1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하이트진로의 실적 악화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발포주 시장이 개화하는 시점에서 주력 상품인 ‘필라이트’ 공급이 차질을 빚는 점도 악재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로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지난달 파업은 시기상 손실이 제한적이지만 이번 전면파업에 따른 손실은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파업을 중단하기 위해 노조 측과 급여 인상에 합의를 보더라도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노조는 7% 임금 인상과 공장매각 관련된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며 “5% 수준에서 임금 협상이 이뤄지면 회사의 인건비 추가 부담은 120억 원 수준으로, 이는 2018년 추정 영업이익의 6.8% 수준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