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사회부 차장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7명으로 전년보다 0.07명 감소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2015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68명이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3만2200명(7.3%) 감소한 40만6200명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100조 원에 달하는 저출산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자녀를 낳지 않는 이유는 취업난, 높은 집값, 치솟는 사교육비 등 때문이다.
미래 수익이 보장된 안정된 직장을 찾고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집값이 너무 비싸다. 신혼부부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고 나서 아이를 낳을까 생각하면 사교육비 걱정이 앞선다.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2명은 무리이다. 혼자 벌어서는 생활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맞벌이를 하려면 부모님들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산전후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맞벌이 부부를 전제로 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기혼 가정 위주의 출산이 아닌 비혼·동거가구의 출산에 대한 시각을 바꾸자는 것이다. 비혼·동거인들에게 결혼에 준하는 혜택을 줌으로써 고민하지 않고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7월 혼인 건수는 1만9000건으로 전년보다 2200건(10.4%) 줄었다. 정부의 출산정책이 결혼 장려나 혼인가구의 다자녀 권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혼인 건수 감소는 출산율에 직격탄이다.
최근 통계청·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의 결혼과 가사에 대한 의식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결혼 찬성비율은 2008년 57%에서 2016년 38.3%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청소년 61.7%는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설문에 동의했다.
유교적 가치관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 동거를 보는 시각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동거도 가족의 한 형태로 받아들인다.
프랑스는 1999년 시행된 ‘시민연대협약(PACS)’을 통해 동거를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계약결혼’의 한 방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비혼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에도 차별을 두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정식 혼인 외 가정에서 태어난 신생아 비율은 56.7%(2014년 기준)에 달한다. 저출산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한국은 100명 중 2명(1.9%)이다.
비혼 출산에 대한 지원이 비혼 출산을 장려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 양육되는 일이 부모의 혼인 관계나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도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다면 아이 낳기를 결심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든지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결혼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을 설득해 결혼을 하게 하고, 출산을 결심하도록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아이들을 품는 성숙한 사회가 돼야 저출산 해결도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