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새로운 행태의 방산비리, 타 군수품도 전수조사 통해 확인해야”
20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방사청과 방독면 개발 및 1차 생산계약을 맺은 A업체는 2014년 9월 방독면 생산을 위한 ‘국방규격’(기술내역)을 제출하면서 자신들의 특허 10건을 끼워 넣었다. 방사청은 이에 대한 확인 없이 국방규격을 확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 중 몇 개 특허는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체계개발 중 개발한 특허를 A업체의 특허로 등록하여 논란이 예상된다.
방사청은 방산업체 간 경쟁 촉진을 위해 ‘1물자-다업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특정 업체의 특허는 국방규격에 포함돼선 안 된다. 하지만 업체는 이를 숨겼고, 방사청은 “(기술이) 지식재산권으로 등록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업무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A업체만 방독면 생산을 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가 형성됐다.
이러한 행태는 지난해 11월 추가 생산업체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1물자-다업체’ 규정을 위반하게 만든 당사자인 A업체의 이의제기로 수면위로 드러났다. A업체는 경쟁 업체인 B업체가 추가 생산업체 지정을 신청하자,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사청에 공문을 발송해 “자사 특허가 국방규격에 포함돼 있어 추가 방산업체 지정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사청은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별 대응을 하지 않다가 넉달 뒤인 올 3월에서야 A업체 쪽에 “지식재산권 해소”를 요청했다. 이 업체는 “국방규격 제정에 대한 책임은 방사청에 있다”며 특허 포기를 거부했다. B업체는 “A업체가 방산업체 추가 지정을 방해하고 있다”며 방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방사청은 자체 감사를 벌여 △특허 무효소송 제기 및 A업체 수사의뢰 △검토규정 위반한 사업담당자 징계 등의 처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방사청의 규정 위반 및 소극 대응이 방사청-업체의 유착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2010년 신형 방독면 업체 선정을 주관했던 방사청 화생방사업팀장 이OO대령은 A업체가 방독면 개발업체로 선정된 직후, 이 업체의 사업본부장으로 이직했다. 방사청은 감사보고서에서 “당시 화생방사업팀장(육군대령 양OO)과 A업체의 본부장(전 화생방사업팀장 이OO)은 같은 XX병과 출신으로, 사업담당이 고의적으로 지식재산권 검토를 누락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의 시각에선 유착관계에 의한 비리행위로 인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책임자에 대한 징계 역시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책임자인 양OO 전 팀장은 지난해 다른 비위행위로 전역한 상태이고, 실무자인 권OO는 현재 다른 부처 파견 중이어서 ‘감사결과 통보’를 하는 데 그쳤다.
특허와 ‘독점’ 논란이 벌어지면서 내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던 신형 방독면 2차 생산 일정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A업체의 민원제기 등 반발이 이어지자, 방사청은 방독면사업을 개발 단계부터 원점 재검토할 것인지, 또는 소송을 통해 A업체의 특허를 가져올 것인지 등의 대책을 논의 중이다.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피해는 결국 옛 방독면을 사용하고 있는 일선 부대 장병들에게 돌아간다. 신형 방독면 사업은 현재 군에 보급된 K1보다 성능을 개량한 K5방독면을 2027년까지 전군에 보급하는 것으로, 사업비 2937억 원 투입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이번에 밝혀진 사실을 통해 그간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행태의 방산비리가 드러난 것 같다”면서 “타 군수품 등에 이와 같은 비슷한 형태의 또 다른 의혹이 없는지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K5 신형 방독면과 관련된 각종의혹에 대한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