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디자인 특허소송이 6년 반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로 부과받은 손해배상액을 재산정하는 재판이 시작됐다. 배상액은 재판과정을 통해 기존에 부과받았던 규모보다 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지방법원 루시 고 판사가 전날 삼성이 부과받은 특허침해 배상금을 재산정하는 새 재판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이 재판은 지난해 말 미국 연방대법원이 “삼성에 대한 디자인 특허 배상액 3억9900만 달러(약 4512억6900만원)는 과도하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한 지 10개월여 만에 시작되는 것이다.
루시 고 판사는 “2012년 1심 재판에서 법률이 부정확하게 적용됐다”면서 “당시 배심원이 휴대폰 전체가 아닌 일부분에서만 특허 침해가 있었는지 고려하도록 하지 못했다면 삼성전자가 한쪽으로 치우친 결정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애플 재판은 6년 반을 돌고 돌아 처음 재판이 시작됐던 새너제이 법원으로 되돌아오게 됐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 소송전은 2011년 4월 애플이 삼성전자가 아이폰의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인 2012년 1심 법원은 애플의 주장을 인정해 삼성이 애플에 9억3000만 달러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는 일부 디자인 침해가 무효화돼 배상액이 5억4800만 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삼성은 배상액이 과도하다며 전체 배상액 중 디자인 특허 침해분에 해당하는 3억9900만 달러에 대해서 대법원에 상고했고, 결국 파기 환송을 받아냈다. 1심과 2심에선 미국 특허법 289조를 들어 애플 제품 전체 이익을 배상하도록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디자인은 휴대폰 전체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
이날 삼성은 성명을 내고 “미국 대법원의 디자인 특허 손해 배상 가이드라인을 결정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고 새 재판에 대해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