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김훈 작가가 '친미(親美)', '보수' 세대에 대해 "그것은 불가피한 삶의 방편이었지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라며 "한미관계가 진화해야만 우리의 앞날이 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26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는 김훈 작가가 출연해 한반도 외교 딜레마를 주제로 유시민 작가,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토론을 나눴다.
이날 '썰전'에서 MC 김구라는 김훈 작가를 향해 "지난번에 유시민 작가가 '우리나라 보수는 친미라는 명분에 묶여 있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훈 작가는 "내가 이제 70세가 됐다. 내 또래 친구들은 대개 보수적이고 친미적이다. 지난 번 태극기 집회 때도 내 친구들 많이 갔다. 나도 오라고 해서 거기에 갔다"라며 "난 양쪽(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다 갔다. 참가는 안하고 가서 보기만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훈 작가는 이어 "가서 보니깐 내 친구들 다 태극기를 흔들고 있더라"라며 "우리 세대에게 친미·보수라는 것은 '배고픔'과 관련이 있다. 밥을 못 먹을 때는 밥을 먹기 위해 '친미'를 한거고, 요즘처럼 밥을 충분히 먹으면 먹는 걸 잃어버릴까봐 '친미'를 하는 거다"라고 전했다.
김훈 작가는 "불쌍한 생존의 뿌리가 거기에 있는 거다. 그것은 이념이라기보다는 생존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이념화 돼 가고 있더라"면서 "지금의 한·미 관계는 병자호란 전의 조·명 관계와 비슷하다고 본다. 조선과 명의 관계가 지금의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같은 꼴이었다. 우리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해방 후 70년을 산 건데 그것은 삶의 방편으로써 불가피했던거지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그것이 조금씩 진화하고 바뀌어야만 우리의 앞날이 열리지 않겠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관계가) 계속해서 견고해져 간다면 역사의 진전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친미'나 '반미'보다도 '탈미(脫美)'라는 말이 적당할 것 같다. '친'이냐 '반'이냐가 아니고 여기서부터 좀 빠져나가야 한다. 다만 그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 미래관이 있어야만 조금씩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훈 교수는 다음 달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말 할 때 보면 입이 나온다. 저 말들이 사유와 이성을 경유해서 나오는 말인지, 속에 쌓인 정돈되지 않은 에너지가 그냥 막 분출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조금 전에도 라디오에서 전해들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 준비가 잘 돼 있는데 말은 못 하겠지만 알면 깜짝 놀랄 것, 충격적이다'라고 했더라. 이런 걸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된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정복자적 자의식을 가진 것 같다"라고 평했다.
아울러 그는 "다음 달에 한국에 온다는데 여기와서는 제발 좀 정돈되고 안정된 언행을 보여주길. 그게 힘 없는 백성의 바람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