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진핑 집권 2기 체제가 출범하면서 한중간 기업들의 관계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때부터 현대·기아차 공장이 중국에 들어설 때마다 현지를 직접 찾으며 중국 고위 인사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게 ‘관시’이기 때문이다. 관시란 사업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 특유의 인맥 문화다.
지난 24일 끝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천민얼 <사진> 충칭시 당서기였다. ‘포스트 시진핑’으로 점쳐졌던 천 서기의 정치국 상무위원 포함이 유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천 서기는 이번 상임위에 진입해 대권 수업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천 서기가 상임위 진출에 실패했고, 정치국 위원 명단에 포함되는 데 그쳤다.
정의선 부회장이 천 서기와의 관계에 공을 들인 만큼 현대차는 그의 상임위 진출 무산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천 서기가 상임위원으로 포함되면 판매 부진에 허덕이는 현대차를 위해 입김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예상했다. 7월 충칭 공장 생산기념식에 앞서 정 부회장과 천 서기를 만난 이후 베이징현대는 7월에 판매 감소폭이 줄어든 모습을 보였는데, 이때 시진핑의 최측근인 천 서기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도 나왔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중국 구이저우성 빅데이터 센터 준공식에서 천 서기와 인연을 맺은 이후로 중국을 방문할 때 마다 그와 만나 면담하며 ‘관시 경영’에 공을 들여 왔다.
천 서기가 이번에 상임위에 진출하지 못했더라도 여전히 현대차에게 ‘귀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경우 국민대 중국학과 교수는 “천 서기는 상임위 입성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차기 대권 후보로 지목받고 있다”면서 “베이징으로 전진배치 되거나 국가 부총리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중국의 정치적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현대차는 중국의 정치적 상황에 발 맞춰 ‘중국통’으로 평가받는 화교출신의 담도굉 부사장을 베이징현대의 총서기로 임명했다. 담 총서기가 중국 사정에 밝은 만큼 중국의 고위 인사와의 ‘관시’를 돈독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치와 기업은 별개의 문제다”라면서도 “시진핑 주석 집권 2기 출범에 대비해 특별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상황에 맞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