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그룹지주회사와 국내 사모펀드(PEF)운용사 VIG파트너스 간의 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 손실을 둘러싼 국제 소송이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원고인 안방그룹과 피고인 VIG파트너스 및 유안타증권은 홍콩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재판소의 재판관(중재인) 선임에 합의했다.
국제중재는 원고와 피고 각각의 나라가 아니라, 제3지대에서 열리는 만큼 재판관 구성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서로 결과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재판관의 선임 과정부터 구속력 있는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절차와 규정 등에서 사전에 합의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방과 VIG파트너스가 재판관 선임에 합의하면서 이르면 내년 중순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내년 초에는 ICC의 아시아 사무국이 위치한 홍콩에서 변론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 손실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이다. 안방보험은 올해 6월 동양생명을 매각한 VIG파트너스를 상대로 698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안방그룹은 2015년 동양생명 지분 63.01%를 VIG파트너스(당시 57.6% 보유) 등으로부터 1조1319억 원에 인수했다.
문제는 동양생명이 안방보험에 인수가 마무리된 2016년 말 육류담보대출 사기로 38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유통업자와 대출중개업자가 담보를 돌려가며 대출을 받은 것이 부실화의 원인이었다. 실제 담보가 없는 대출의 경우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방보험 측은 VIG파트너스가 육류담보대출 위험성을 알고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방보험은 육류담보대출 부실이 드러난 이후 매각 가격 조정에 나섰지만, 해당 PEF 운용사가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VIG파트너스가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부실을 인지하고도 회사를 매각했다면 ‘진술 및 보증 위반’에 해당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부실화는 2015년 4~5월부터 시작됐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최종 인수한 시점은 2015년 9월이다. 만약 VIG파트너스가 이번 국제 소송에서 지면 해당 운용사는 소멸 위기에 놓인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PEF 운용사 중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있는 곳은 없다”며 “소송에서 진다면 구상권 행사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방보험의 소송이 책임 떠넘기기란 지적도 적지 않다. 이 회사는 동양생명을 인수한 뒤 오히려 육류담보출을 늘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또 중국 당국이 안방보험그룹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자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돌리기 위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