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2부 차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거센 규제 칼날에 대한 우려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 각종 사건으로 프랜차이즈산업이 ‘악의 축’으로까지 내몰리며, ‘억지 춘향’식으로 등 떠밀리듯 자정안을 마련하게 된 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자정안을 마련하기까지 업계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고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법조계, 학계 전문가로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자정안을 마련한 것은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협회가 내놓은 자정안은 △가맹점사업자와의 소통 강화 △유통 폭리 근절 △가맹점사업자의 권익 보장 △건전한 산업발전 등 4개의 핵심 주제와 11개의 추진 과제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의 과제가 ‘을’의 입장인 가맹점주들의 협상력은 높이고, 가맹본부의 횡포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가맹점 100곳 이상을 둔 가맹본부가 1년 이내에 대표성이 담보된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고 상생협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가맹점을 1곳 이상 보유한 3643개 브랜드 중 100곳 이상 보유한 브랜드 수는 344개이다. 협회는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구성된 가맹본부 비율을 14%에서 90%까지 끌어올려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 수평적인 파트너십을 가능케 할 방침이다.
가맹점사업자의 10년 가맹계약 요구 기간을 폐지해 가맹점사업자가 가맹계약기간에 상관없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를 통해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거나 불공정한 갱신조건을 제시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도록 했다.
협회는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 등록 요건을 ‘2개 이상의 직영점포를 1년 이상 운영한 업체’로 강화하는 방안을 국회, 정부 등 입법 관련 기관에 건의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고 어느 정도 가맹점을 모집하고서는 관리는 뒷전으로 미룬 채 다시 새로운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드는 이른바 ‘떴다방 프랜차이즈’의 폐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이 밖에 불공정거래 예방센터 설립을 통한 가맹본부의 보복행위에 대한 감시나 로열티 제도 도입, 가맹점이 본부로부터 반드시 사야 하는 필수품목도 브랜드 품질이나 서비스 동일성 유지에 필요한 물품만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문제는 일부 과제의 경우 구체적인 실천안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자정안 발표회에 참석한 김상조 위원장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판촉비용·점포환경 개선비용 분담 기준, 필수품목 지정 기준, 피해보상 공제조합 설립방안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추가안 마련을 언급했다.
업계 역시 자정안에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정안을 마련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전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라며 자정안에 대한 정통성과 권위를 부인하기도 한다.
이들 말대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40년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통을 치료하는 첫 처방전이 자정안이다. 이것이 바로 효과를 내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약제(과제)를 보완한 처방전으로 병을 고치면 된다.
업계는 “강제성도 없는데 누가 자정안을 따르겠어”라고 볼멘소리만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가진 오명을 씻고 가맹본부 역시 더 발전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