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골퍼]“클럽만 몸에 맞게 바꿔도 타수를 줄일 수 있죠”...‘피팅 마스터’ 강성창 반도골프피팅센터 대표

입력 2017-11-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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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일본 클럽피팅 및 용품판매사 합격

▲스윙밸런스를 체크하는 강성창 대표
스포츠 선수들은 어느 종목이든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한다. 여기에 신기록이 나올 수 있도록 웨어를 착용하고 첨단 장비를 사용한다. 맞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기록은 커녕 달리다가 넘어질는지도 모른다.

골프도 예외도 아니다. 정상급 프로골퍼들은 1야드만 거리가 더 나가도 무조건 클럽을 바꾼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피팅을 수시로 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평균 3개월마다 장비를 새로 세팅한다. 피팅을 해서 자신의 몸과 스윙에 맞는 클럽을 맞추는 것이다.

피팅(fitting)은 끼워 맞춰 넣는 것. 따라서 클럽피팅은 골퍼의 나이, 구력, 신장, 스윙습관 및 개인 고유의 선호도 등을 종합하고, 컴퓨터로 스윙을 분석해 클럽의 무게, 길이, 헤드 디자인, 샤프트 모델, 강도 등을 정확히 맞춰 드라이버부터 우드, 아이언, 웨지에 이르기까지 일률적이고 편안한 스윙을 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다. 클럽피팅은 플레이를 하는데 있어서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기본기만 되어 있다면 골퍼의 숨어있는 다양한 기량을 끌어 올리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클럽 피팅을 한다고 해서 100% 만족스러움을 주지는 못합니다. 다만, 몸에 맞지 않는 기성품을 쓰는 것보다는 거리도 늘리고, 정확하게 볼을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죠.”

‘피팅 마스터’ 강성창(62) 반도골프피팅센터 대표는 “선수뿐 아니라 이제는 클럽피팅이 보편화돼 있다. 주니어는 물론 어느 정도 기량이 되는 골퍼들은 한번쯤 피팅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클럽 피팅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어찌보면 헤드와 샤프트를 끼우는 단순한 작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골퍼의 스윙을 분석하고 각종 데이터를 통해 몸에 딱 맞는 클럽을 찾아내기란 결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피팅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용품사와 클럽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클럽메이커를 찾아가 스윙을 분석한 뒤 클럽을 맞추거나 클럽피팅카가 대회장을 찾아 피팅을 해준다. 선수들은 피팅효과를 톡톡히 본다.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이나 제이슨 데이(호주). 그리고 로이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많은 선수들이 피팅을 한 뒤 거리를 30야드 이상 늘리기도 했다.

“최근 제이슨 데이의 스윙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론치앵글(타출각)과 스핀률 변화가 온 것이죠. 클럽 피팅으로 임팩트 때 마찰이 감소한 탓에 볼 스피드가 증가한 것입니다. 드라이버 거리가 50야드나 늘어났습니다. 스윙변화에 따른 최적의 탄도 론치앵글에 맞춰 클럽을 다시 피팅을 한 덕분이죠.”

▲일본에서 피팅 및 판매사 인증서를 받은 강성창 대표

강 대표가 골프클럽과 인연을 맺은 것은 LG그룹에 입사한 뒤였다. 대학에서 화공과를 졸업한 뒤 반도스포츠에 입사했다. 반도스포츠는 테니스 라켓, 낚시대 등 스포츠레저용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여기에 반도는 일본 클럽메이커 다이와로부터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이것이 기회였다. 강 대표는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다이와를 비롯해 마루망, 일본의 3대 클럽 장인인 헤드디자이너 구스마 유키오(일본)에게 헤드제작을 배웠다.

“기술이 조금 독특했죠. 기존의 작은 클럽 헤드에 양철을 오려서 미들, 오버사이즈의 모양을 만들었는데 전혀 다른 헤드모양이 나온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해 금형을 만든 뒤 헤드를 찍어 내는 작업이죠.”

당시만해도 클럽헤드를 제작한다는 것은 마치 지금의 새로운 모바일 폰을 만드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신기한 일이었다. 강 대표에게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헤드 또한 미국 파워빌트와 맥그리거형 단 2가지였다. 이것을 모방해 헤드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컴퓨터에 데이터를 넣어서 헤드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손에 의존해서 헤드를 그리고, 금형을 파는 것이었다. 헤드 디자인이 어려웠던 이유는 어느 방향으로 잘라도 같은 모양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리컵이나 볼을 반으로 자르면 같은 것이 2개 된다. 하나만 만들어 붙이며 완제품이 나온다. 이 때문에 그래픽 컴퓨터 전문가와 클럽전문가가 1주일을 밤을 새우며 노력해야 헤드디자인이 겨우 한 개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강 대표가 클럽사업에 뛰어 든 것은 LG그룹이 클럽사업을 접고 난 뒤였다. 사실 반도스포츠는 최상호, 최경주 등 국내 유명 선수들과 용품계약을 맺고 브랜드를 알렸다. 당시에는 카본드라이버였다. 최상호가 한창 전성기 때 이 클럽을 사용했다.

강 대표는 뒤도 안돌아보고 브랜드를 맡아 독립했다. 1992년도였다. 서울 방배동 살던 집을 개조해 사무실을 만들고 제품판매를 시작했다. 브랜드도 다양했다. 에어로다트를 비롯해 체이서프로, 체이서, 테크만, 비렉스, 비텍, Ti250 등이다. 1996년 사무실을 5층으로 증축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품 품질이 뛰어나 승승장구했다. 그러다가 외국산에 밀려 쇠락했다. 결국 문을 닫았다.

“국산제품은 골퍼들에게 신뢰를 받는다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잘 맞는 클럽으로 플레이를 하다가도 ‘어, 이거 국산인데’하면 다음 날 외국산으로 바꿔서 오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강성창 대표가 일본골프용품협회로 부터 받은 피팅 및 판매사 자격 인증서

그래서 강 대표는 국산제작을 포기했다. 명품브랜드 ‘비렉스’를 뒤로하고 수원 권선구 평동으로 내려왔다. 30년간 몸 담았던 골프계를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본에서 터득한 것을 무기삼아 ‘피팅’사업에 뛰어 들었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골프용품협회에서 실시하는 피팅 및 골프용품판매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것이 새로운 사업에 큰 도움이 될 줄이야. 1층에 숍, 2층에 피팅센터를 꾸몄다.

“피팅에 앞서 스윙분석기를 통해 론칭앵글, 백스핀량, 사이드스핀량, 헤드스피드, 볼스피드, 구질 등 제작에 필요한 정보를 먼저 분석합니다. 그런 뒤 개인정보를 입력해 최상의 클럽선택을 하게되죠. 제주도에서 오는 고객이 있는 것을 보면 제가 그대로 피팅을 잘하나 봅니다.”

그는 볼도 잘 친다. 베스트스코어는 76타로 드라이버 비거리가 260야드 이상 날린다. 국산만을 고집하던 그는 시야가 조금 바뀌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클럽지식과 오랜 경험을 통해 헤드를 일본에서 OENM 방식으로 제작해 들여오고, 샤프트는 그라파이트 디자인사의 제품을 주로 쓴다.

“꿈이 있죠. 언젠가 다시 반도 비렉스라는 브랜드로 클럽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선수들이 해외무대에서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 세계에 내놓을만한 국산브랜드는 하나쯤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피팅 전문가 강성창 대표의 꿈은 언제쯤 이루어질는지 궁금하다. 수원(경기)=안성찬 골프대기자 golfahn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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