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 1주년 앞두고 대형 악재 잇따라…텍사스 총기난사로 수십 명 사상자 발생·로스 상무장관 등 도덕성 논란 커질 듯
아시아를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따른 대형 악재를 만났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7일 대선 승리 1주년을 이틀 앞두고 자신의 정책은 물론 정부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국정 수행에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 텍사스 주의 한 교회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사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세계적인 조세회피 의혹을 다룬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파라다이스 페이퍼스(Paradise Papers)’에 트럼프 측근들이 무더기로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CNN방송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께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인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제1침례교회에서 괴한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26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부상했다. 총기난사를 일으킨 용의자는 도주 중 사망했으나 그가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는지 자살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텍사스 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사람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연방수사국(FBI)과 법 집행 요원들이 현장에 있다. 내가 일본에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트윗을 남겼다.
지난달 1일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58명이 사망한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비극이 일어나면서 총기규제에 소극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직면한 악재는 이것만이 아니다. ICIJ가 이날 공개한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는 그의 측근과 후원자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거론된 트럼프 대통령 관계자들을 살펴보면 정부 내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랜들 퀄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등이 포함됐다.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과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 윈리조트회장, 석유업계의 거물인 코크인더스트리의 두 설립자 찰스와 데이비드 코크 형제,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회장, 부동산 재벌 토머스 J. 버럭 주니어, 폴 엘리엇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설립자 등 트럼프의 주요 후원자들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글로벌 엘리트들과 싸워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를 둘러싼 측근들은 사업을 하면서 조세피난처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ICIJ는 꼬집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당시 월가 인사들이 조세피난처 등을 이용해 막대한 탈세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월가의 어릿광대’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는 월가 출신 인사들을 대거 등용했는데 이들이 사업가 시절 저질렀던 관행이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이다.
특히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상무장관에 오르기 전 사모펀드계의 대부로 불렸던 윌버 로스가 자신의 회사인 W.L.로스&컴퍼니를 이용해 러시아 기업들과 맺은 관계에 주목했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따르면 로스의 기업은 조세도피처인 마셜제도에 본사를 둔 해운업체 내비게이터를 인수했다. 내비게이터는 지난 2012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막내사위인 키릴 샤말로프 소유의 에너지 기업 ‘시부르(Sibur)’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었다.
BBC는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제재를 부과했다면서 시부르와 샤말로프 모두 제재 대상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이번 폭로는 트럼프 측근들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는 간접적으로 연루됐다. 러시아 억만장자 부호인 유리 밀너가 쿠슈너 가문의 부동산 회사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에 따르면 밀너는 러시아 국영기업들의 자금이 페이스북, 트위터에 유입되는 데 관여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