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vs 비트코인캐시]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비트코인 있을 수 없다?

입력 2017-11-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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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성장 땐 다른 쪽은 자산가치 축소… 기능적으로도 큰 차이 없어 대립 불가피

가상화폐 비트코인(BTC)에서 파생된 최초의 분리 코인(Coin가상화폐 지칭)인 비트코인 캐시(BCH)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비트코인을 위협하고 있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캐시가 주류 비트코인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트코인 캐시 진영은 상호보완적 관계로 성장하겠다고 하는 반면, 업계에선 두 코인이 양립할 명분과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비트코인 캐시의 탄생 = 비트코인 캐시는 주류 비트코인이 8월 거래 기록(블록)에 디지털 서명을 분리하는 업데이트(세그윗)를 하는 과정에서 이를 도입하지 않고, 블록 크기를 8MB로 늘리는 방식으로 업데이트를 채택하며 분리된 새 가상화폐다.

당시 비트코인은 거래량으로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는 설계상의 한계로 매일 20만 건 이상의 송금 계류가 발생했다.

송금량이 늘어난 만큼 네트워크의 처리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비트코인 송금 시간이 하루에서 길게는 일주일 이상까지 지연되는 문제가 생겨났다. 수수료 또한 1만 원이 넘기도 했다.

네트워크 과부하로 빠르고 싸다는 비트코인 송금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 기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디지털 서명을 분리하는 세그윗 업데이트를 단행하기로 했다.

세그윗은 분리된 서명(Segregated Witness)의 약자다.

반면 대형 채굴자인 비트메인은 세그윗 업데이트로도 네트워크 과부하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비트코인 캐시를 만들었다.

비트코인 캐시를 출범한 진영은 비트코인에서 분리된 개념이기보다는 하나의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화폐 총칭)임을 내세우면서 대립적 시각을 잠재웠다.

◇비트코인, 세그윗 이후에도 송금 계류 여전 = 비트코인이 세그윗 업데이트를 도입하면서 송금 지연 문제를 다소 해소할 수 있었지만, 송금 계류 건은 일일 평균 4만 건이 유지되고 있었다.

송금 지연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일부 비트코인 참여자들은 비트코인의 송금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거래 기록(블록) 양을 기존 1MB에서 2MB로 확장하는 ‘세그윗2X’ 업데이트를 주장했고,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을 위해 새로운 솔루션(라이트닝 네트워크 기술)을 도입하자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블록체인 가상화폐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합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비트코인을 유지하는 두 가지 방식에 대해 참여자(채굴자)들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각각의 방식대로 분리돼 운영된다.

이를 포크로 강하게 찍어 분리된다는 뜻의 ‘하드포크(Hard Fork)’라고 부른다.

이달 15일에는 세그윗 방식을 고수하는 진영과 거래 기록 용량을 늘리는 진영의 대립이 이어질 경우 비트코인1과 비트코인2로 나눠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9일 세그윗2X 진영은 지지 기반이 예상보다 약하다고 판단, 세그윗2X 업데이트를 전격 취소하게 된다. 이들은 주류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하고, 비트코인 캐시에 대해 지지하고 나섰다.

비트코인 캐시가 본격적으로 주류 비트코인의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가격은 최고 280만 원까지 치솟았다.

◇상호보완적 관계는 가능할까 = 일부 비트코인 사용자들은 기존 비트코인(BTC)을 ‘디지털 금’의 상징적 자산으로 삼고, 비트코인 캐시(BCH)를 결제에 쓰는 결제수단 개념으로 양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BTC)이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통해 송금 지연 문제를 해결할 때 비트코인 캐시의 존재 가치는 급락할 수 있다.

물론 반대로 비트코인 캐시가 시장 장악력을 증가시키면서 기존 비트코인의 자산가치를 축소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채굴 참여자의 이동에 따른 상호 시스템 간섭도 중요한 문제다. 비트코인의 현재 채굴 난이도에서 채굴자들이 대거 비트코인 캐시로 이동하면 기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송금 중개가 지연되는 위협을 받게 된다.

이미 대형 채굴자 중 일부가 비트코인 캐시 채굴로 옮겨가면서 비트코인 송금 계류가 10만 건을 넘어, 송금이 며칠씩 걸렸다는 사용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능적 차별화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는 기능적으로 금융거래를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이란 점에서 두 코인 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대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예컨대 이더리움(ETH)은 스마트컨트랙트(자동이행계약)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분리 코인인 이더리움 클래식(ETC)과 완전히 구별된다. 이더리움 클래식은 이더리움의 특수 기능인 스마트컨트랙트를 사실상 포기했고, 발전시킬 기술 또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시(DASH)와 모네로(XMR), 지캐시(ZEC)는 익명화를 통해 거래 추적 방지 기능을 내세우고 있어, 비트코인과는 뚜렷하게 차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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