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포함해 괴롭힘 당한 직원들, 생산성 떨어져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저지른 성추행이 폭로되고 나서 전 세계가 일터에서 일어나는 괴롭힘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추행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이 기업의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떨어트리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직장에서 따돌림, 성추행, 괴롭힘 문제는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조지타운대학교 맥도너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틴 포라스 교수에 따르면 작년에 미국인 중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사람은 약 3분의 2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한 달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무례한 취급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1998년 절반 비율에서 3분의 2로 급증한 것이다.
단순히 괴롭힘이 늘어난 것만 문제가 아니다. 포라스 교수는 이러한 괴롭힘이 노동자의 생산성을 떨어트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이들은 퍼즐을 맞추는 과업에서 일반 직장인보다 33% 능률이 떨어졌다. 또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비율은 39% 부족했다.
한번 기업이 성추문에 연루되면 이는 금전적인 손실로 직결된다. 폭스뉴스의 모기업인 21세기폭스는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의 성희롱 추문이 대표적인 예다. 21세기폭스는 성추문 논란에도 올해 초 오라일리와 재계약을 했다. 지난 4월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요 광고주들의 광고 철회가 잇따르는 등 파문이 불거졌다. 허핑턴포스트는 21세기폭스가 일순간에 1억1000만 달러(약 1212억7500만 원)를 손해 봤다고 보도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우버 내에서 성추행과 권위적인 기업문화가 폭로된 뒤 우버는 자체 조사를 통해 직원 20명을 해고했다. 당시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도 쫓아냈다. 이 일을 계기로 우버의 브랜드 가치는 약 180억 달러가량 날아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와인스틴의 성추문은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는 권력관계를 이용해 여성을 성추행했고, 이 같은 사실은 할리우드를 넘어 사회 각계에 충격을 줬다. 성추행을 고발하는 목소리는 월가로 번졌다. 세계 최대 투자회사 중 하나인 피델리티는 최근 성희롱 의혹에 따라 고위 간부 2명을 퇴출했다. 피델리티의 빈센트 로포치오 대변인은 “우리는 이러한 사안에 관해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며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단속 의지를 드러냈다.
성추행을 포함한 일터에서의 괴롭힘은 법으로 단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가해자를 회사에서 합법적으로 쫓아내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신디 워렌 노동 전문 변호사는 그는 국제적인 포장 음식 전문 업체에서 괴롭힘 문제를 조사했던 때를 회상하며 이를 설명했다. 당시 그는 보복을 두려워하는 직원들 탓에 제보를 받는 데 어려움이 컸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일단 몇몇 직원이 포문을 열자 직원들은 자신에게 성희롱, 괴롭힘을 가했던 상사를 향해 대놓고 경멸적인 언어를 쏟아부으며 폭로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끝내 워렌 변호사는 가해자였던 경영진에게 사퇴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미국의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는 제3자를 통해 신고가 쉽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성폭력이나 성추행은 피해자들끼리 피해 사실을 공유하는 것도 사후 정신적인 고통을 줄이려는 방안이다. 미시간주립대학의 니콜 뷰캐넌 심리학 교수는 “기업에서 성추행이 발생하면 공개적이니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가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