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관리ㆍ고객들이 가고 싶은 목적지 되기ㆍ아마존에서 팔 수 없는 물건 취급해라 등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소매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하다.
아마존을 필두로 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공세에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소매 매장이 문을 닫았다.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특수 기대보다 아마존의 공습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가 소매업계에 절체절명의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장난감 전문 소매업체 토이저러스는 파산보호의 길을 걷게 됐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라는 항목이 추가됐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올해 수십 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소매업종 주가는 6% 하락했다.
그러나 일부 성공적인 소매업체는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성공 공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의 생존 비결을 17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가 소개했다.
◇ 비용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라= 세계 최대 오프라인 소매업체 월마트는 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순이익을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 소매업체들은 블랙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연말 쇼핑시즌을 맞아 임시직 근로자 채용을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월마트 경쟁사인 타깃은 올해 연말 쇼핑시즌에 10만 명의 임시직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월마트는 지난해부터 임시직을 채용하는 대신 기존 근로자들이 업무시간을 확대해 대응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월마트는 비용 절감은 물론 이미 숙련된 근로자들이 고객 응대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밝혔다.
한때 파산 일보 직전까지 몰렸던 전자제품 전문 소매업체 베스트바이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리처드 파인버그 퍼듀대학 소매 경영 부문 교수는 “소매업계가 험난한 시간을 거쳐온지 이미 10년이 지났다”며 “모든 소매업체는 비용을 통제해야 한다. 이는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더욱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고객들이 가고 싶은 목적지가 돼야= 파인버그 교수는 “칠드런스플레이스 매장은 단순한 아동의류 매장을 넘어서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매장에 가고 싶어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 이름처럼 아이들을 위한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성공하기를 원하는 소매업체들은 소비자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장소가 돼야 한다”며 “특히 젊은 세대들을 공략하려면 이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소매업체들이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쇼룸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쇼룸은 자동차 딜러나 결혼식 신부 전용 의상실 등에 흔하게 쓰이는 매장 형태다. 그러나 대형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 등이 최근 쇼룸을 세우고 있다. 대형 매장보다 전문 쇼룸을 통해 고객 각각에게 편안하면서도 특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해 충성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노드스트롬은 지난달 로스엔젤레스(LA)에 ‘노드스트롬 로컬’이라는 첫 쇼룸 스타일 매장을 열었다. 이곳에서 고객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을 받으면서 손톱손질을 받거나 바에서 가볍게 술을 마시는 등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다.
베스트바이는 자사를 가전제품 판매 매장이 아니라 고객들이 전자제품에 대해 도움을 청하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
◇ 아마존에서 팔 수 없는 물건을 취급해라= 온라인으로 2달러 비누를 주문하면 배송비가 제품 가격보다 비싼 배보다 배꼽이 큰 형국이 된다. 달러제너럴과 코스트코 등은 제품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아마존에 맞대응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대가 도래했다지만 아마존을 능가하는 가격 경쟁력으로 코스트코 등은 탄탄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CNN머니는 설명했다.
건자재 전문 소매업체 홈디포가 취급하는 품목도 아마존이 손대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온라인으로 나무 합판을 구매하는 것은 고객이나 소매업체 모두에 불합리한 선택이 된다.
그러나 파인버그 교수는 “아마존은 이미 의약품이나 식료품과 같이 이전에는 취급하지 않았던 품목에 진출하고 있다”며 “지금 아마존에서 합판을 사지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아마존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