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보호 장치 찾기 힘들어…정부 피해 구제 필요”
포항에서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진 여파로 파손된 주택의 집주인과 세입자 간 계약이 난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이달 15일 강진(규모 5.4)이 발생한 포항시를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하면서 피해 복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포항의 지진 피해액은 600억 원을 웃돌았고, 주택 등 사유 시설에서 5500건이 넘는 피해가 접수됐다. 1000여 명의 이재민은 파손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피소 생활을 견디고 있다. 문제는 세입자, 집주인 모두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 세입자보다 집주인이 감수할 손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입자는 민법상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민법 627조에 따르면 ‘임차물의 일부가 임차인의 과실없이 멸실 기타 사유로 인해 사용, 수익할 수 없을 때에는 임차인은 그 부분의 비율에 의한 차임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나아가 임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성우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는 “임대인의 귀책 사유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훼손되고 이로 인해 임차인이 해당 주택을 사용 수익 못할 정도라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살기에 무리 없이 집을 수선할 의무를 진다”며 “(수선 가능하다면) 월세 계약일 경우 수선 기간에 차임이 면제될 것이고 수선할 수 없다면 임차인은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임대인은 천재지변이란 이유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임차인과 달리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건물이 파손될 경우 일반적으로 원인 제공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천재지변에 따른 피해는 보상받을 방법이 뚜렷하지 않다.
최병문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집주인의 귀책 사유로 발생한 것도 아니고, 쌍방의 책임으로 발생한 것도 아닌 상황”이라며 “집주인은 임차인의 계약해지와 건물 자체의 피해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데다 다른 곳에서 전보받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구조에서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피해구제를 해준다면 모를까 결국은 집주인이 (손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수리 정도를 놓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도 우려된다. 파손된 부분을 수리할 수 있다고 해도 임차인이 거주를 거부할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성우 변호사는 “수선이 돼 주거가 가능한 상황이 명백하다면 그때부터 실제 입주 여부에도 불구하고 차임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다른 것도 아니고 지진으로 인한 훼손의 경우 임차인의 불안이 여전할 수 있으므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차임 부담에 관한 적절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는 24일까지 피해 민간주택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점검 대상(잠정)인 민간주택은 포항시의 남구와 북구의 주택 1229개소다.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가능’, ‘사용제한’, ‘위험’으로 구분해 해당 건물에 스티커를 부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