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KIKO) 피해기업들이 2013년 민사 대법원 판결을 끝으로 잠정 중단했던 진상 규명 소송을 6년 만에 다시 진행한다. 개별 기업이 은행을 상대했던 첫 소송 때와 달리 피해기업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23일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따르면 공대위는 내년 3월 내 형사 고소·고발을 다시 진행한다. 2013년 민사부문의 대법원 판례에서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은 키코 상품의 사기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관련기사 3면>
피해기업들의 소송은 2008년 10월 민사 부문에서 먼저 개시됐다. 당시 피해기업 70곳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옵션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피해기업 124곳이 손해배상 및 채무부존재 확인 민사소송을 냈다. 이후 계속 숫자가 늘어 2014년까지 총 250곳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기업들 스스로 키코상품 자체의 구조적 문제에 치밀한 논리를 세우지 못했다. 각 기업이 키코를 가입한 과정에서 은행의 고객보호의무 위반 등이 주로 쟁점이 되면서 개별 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이에 반해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김&장 법률사무소를 공동 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민사 1심 판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형사고소·고발은 2010년이 돼서야 진행됐다. 키코 상품 자체와 판매 과정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가 있다는 점을 키코 피해 2년이 지나서야 다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석연찮은 이유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공대위 측의 주장이다. 공대위가 확인한 서울중앙지검 수사기록 목록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공식적으로 접수한 키코의 사기성에 대한 검토 의견이 누락돼 있었다. 당시 키코 판매은행 11곳을 상대로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결국 검찰은 2011년 키코 판매 은행을 무혐의 처분 했다.
공대위는 내년 새로 진행하는 소송에서는 키코에 숨겨진 ‘마이너스 시장가치’를 근거로 상품의 사기성에 대해 다툴 계획이다. 지난 소송 때와 달리 현재 남아있는 기업들을 규합해 집단대응에 나선다는 점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다음 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키코 사건 재검토와 관련해 금감원에 대한 무게감 있는 권고가 나올 시 소송 진행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붕구 공대위 위원장은 “이미 키코로 인해 수백 개 기업이 도산·부실화 된 상황에서 손해배상은 큰 의미가 없다”며 “전대미문의 금융사기에 대한 진상 규명과 기업·기업가의 명예회복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