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정부 그림자에 가린 지역산업 육성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규제프리존특별법 제정을 전제로 목적예비비를 편성했다. 다른 사업들과 합쳐 1조8000억 원 규모다. 그러나 정작 법을 제정해야 할 국회에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규제프리존법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규제프리존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에 계류된 대표적인 쟁점법안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지역 특성에 맞게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바이오헬스, 스마트기기, 자율주행차 등 27개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자유한국당이 발의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지만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빛을 보지 못했다. 한국당 일각에선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전남지사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이 나서 법 제정 필요성을 역설한 만큼 민주당에서 전향적 입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민주당 입장은 여전히 신중 혹은 반대에 가깝다. 대기업 특혜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당·정부·청와대는 최근 연 당·정·청 비공개회의에서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역시 기업 규제 완화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도 비슷한 처지다. 정부가 의료를 포함한 관광·교육·금융 등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낸 한국당 의원들과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 간 공방만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의료와 교육 분야를 제외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당과 기재부에선 이를 받아들인다면 법 제정의 실효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당은 지난해 정부에서 발의한 재정건전화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에서도 송영길 의원이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 등 38명을 모아 국가채무, 재정수지 및 국세감면의 한계를 규정하는 비슷한 골격의 법안을 공동발의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자 민주당의 법 제정 의지가 사라졌다는 게 한국당의 비판이다.
반면 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을 들이는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 대해선 한국당이 부정적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발의한 법안이기도 하지만, 한국당에선 ‘사회적경제’ 자체에 의문을 보이며 고개를 젓고 있어 역시 연내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