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민변 등 시민단체, 공정위에 신고
현대차그룹 소속의 현대제철이 같은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주고, 정몽구 회장의 사돈 기업인 삼표에 특혜를 챙겨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변·금속노조·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7일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삼표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현대차 계열사와 삼표 간 원자재 납품 거래에서 삼표가 실질적 역할 없이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통행세’를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부장지원 행위 금지) 위반 혐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통행세란 거래 단계에서 역할이 없음에도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를 끼워 넣는 일이다.
현대글로비스와 삼표는 ‘광업회사 - 물류회사 - 현대제철’로 이어지던 기존 석회석 공급 구조에 끼어들어 ‘광업회사 - 현대글로비스 - 삼표 - 물류회사 - 현대제철’의 거래구조를 만들어 통행세를 챙긴다는 혐의다.
이들 단체는 “현대글로비스는 석회석 운반에 대한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지 않은 삼표에 운송 업무를 재하도급해서 불필요한 거래 단계를 추가해 사돈 기업인 삼표로 하여금 통행세를 챙기도록 했다”며 “현대제철은 발주자라는 ‘갑’의 위치를 이용해 광업회사들로 하여금 현대글로비스를 거쳐 물류계약을 맺도록 함으로써 글로비스를 부당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위 국감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글로비스와 삼표의 이중통행세 문제를 제기하며 “편법적인 일감몰아주기”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67.4%에 이른다. 2013년 말 75.9%였지만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된 2014년부터 내부거래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였다. 2013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정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상장사·비상장사 20%) 이상인 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 관련 법 개정 이후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보유 지분을 줄여서 오너 친족 지분을 29.99%(정의선 부회장 23.2%, 정몽구 회장 6.7%)까지 낮췄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7호의 부당한 지원행위 적용대상에는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보겠다”면서 “현대차그룹에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으니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현대글로비스 측은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강원권과 충청권의 불투명한 석회석 운송 구조를 해결할 필요가 있어 현대글로비스를 사업에 참여시켜 통합 물류관리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며 “삼표는 기존에도 충청권 광업회사 중 한 곳의 운송사였고, 타 운송사에 다른 화물을 연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 경쟁입찰로 선정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