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관심 보이며 주류 투자 대상으로 편입할 것이라는 기대감 높여
비트코인이 탄생한 지 9년 만에 1만 달러(약 1076만2000 원)를 넘어선 데에는 글로벌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미들의 모험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이 분석하며,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가상화폐 투자가 주류 투자자들 사이에도 무시할 수 없는 주제가 됐음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올해들어서만 약 950% 올랐다. 다른 자산들도 올해 괄목할 만큼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비트코인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미국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올해 17%, 21% 각각 올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8% 올랐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값의 올해 상승률은 13%로 다른 리스크성 자산만 못한 성과를 냈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자금이 주식을 비롯한 리스크성 자산으로 흘렀고, 모험심이 극에 달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까지 쏠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은 개미들이 변동성에 매료돼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블록체인인포의 피터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수백만 명의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작년만 해도 투자자 규모는 고작 백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투자시장에서 주류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 거대 금융기관들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보이며 비트코인 투자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골드만삭스는 월가 대형은행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ME는 내달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
세계 최대 가상통화 시장인 일본도 비트코인 열풍에 크게 일조했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 4월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또 지난 23일에는 내년부터 비트코인을 기업회계원칙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은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창시자가 논문에서 처음 발표하며 세상에 나왔다. 정부나 발행기관의 통제 없이 익명으로 거래된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에 모여들었다.
현재 비트코인 열풍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을 경계하고 있다. 다이먼 CEO은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주장했고, 버핏 회장은 “비트코인은 진정한 버블 상태”라고 경고했다. 모멘텀구조분석의 마이클 올리버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어떤 시점에서 꺼질 거품이다”라며 “닷컴 버블과 매우 흡사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으나 재미를 본 개미투자자들은 일부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비트인포차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계좌 중 약 75%가 0.1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랠리로 큰 수익을 얻은 투자자들은 예상 외로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