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모듈 제품이 자국 반도체업체 넷리스트의 특허권을 침해했는지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 10월 넷리스트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두 번째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에 따른 것이다.
3일 ITC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관세무역법 337조에 따라 컴퓨터 주회로판 메모리 슬롯에 설치된 D램 집적회로 등 SK하이닉스의 특정 메모리모듈과 관련 부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의결했다.
관세법 337조 조사 후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와 제재가 실행되면 ITC는 해당 제품의 미국 내 판매 행위도 금지시킬 수 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북미 지역에 공급하는 서버용 D램 반도체는 전체 매출의 약 5% 정도를 차지한다고 보고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이 17조198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약 SK하이닉스의 특허 침해 여부 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최대 8599억 원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넷리스트는 지난해 9월에도 SK하이닉스의 서버용 메모리제품 RDIMM과 LRDIMM이 자사 미국 특허를 침해했다며 SK하이닉스를 제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ITC 행정법 판사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을 내렸다.
SK하이닉스에 소송을 건 넷리스트는 기업 중에서는 규모는 작지만 샌디스크, IDT, SK하이닉스 등 거대 기업들과 ‘특허전쟁’을 벌일 만큼 메모리 설계 분야에서 다양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삼성전자로부터 2300만달러(약 254억원)의 투자를 받고 크로스라이선스(상호특허협력)를 체결해 관심을 끌었다. 또 미국 기업이지만, 한국 반도체 업계 인사들이 주축을 맡고 있다. 홍춘기 넷리스트 창업자는 SK하이닉스의 뿌리인 옛 LG반도체에서 1998년까지 근무했고, 넷리스트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영업을 담당한 김지범 한국 지사장은 SK하이닉스에서 D램 설계·영업을 해왔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10월 넷리스트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문제 삼은 특허는 이번에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예비결정을 받은 특허와 매우 유사한 ‘패밀리 특허’로, SK하이닉스는 이번건도 무혐의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ITC는 소송 접수 후 30일 이내에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이번 조사 개시 결정도 절차상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