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숙(白慶淑·64) 백경야생화갤러리 대표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발작성 방광염’ 진단을 받고 교단을 떠나야 했지만, 야생화와 싱그러운 ‘인생 2교시’를 맞이하고 있다.
퇴직 후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중 백 대표는 동생의 권유로 양재동 꽃시장 구경에 나섰다.
“한 꽃가게 주인이 야생화 강사 한 분을 소개해줬어요. 시민녹화교실이나 분재 수업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야생화를 배운 건 그때부터였죠. 점점 집에 화분이 늘어났고, 제 삶도 활기를 되찾았어요.”
야생화와 함께할수록 베란다에 화분이 가득해졌고 백 대표의 일상에도 한층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야생화가 많아진 것은 좋지만,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기엔 공간의 한계가 있었던 것. 결국 이사를 마음먹었고, 고심 끝에 현재 백경야생화갤러리가 있는 서원마을(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에 정착했다. 어느덧 갤러리 곳곳을 채운 화분 수가 600여 개에 달한다.
“어느 날 갤러리를 찾아온 분이 ‘원예치료사’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죠. 알고 보니 식물을 이용해 사람과 소통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거더라고요. 괜찮겠다는 생각에 찾아보니 건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커리큘럼이 있었어요. 그 길로 등록하고 논문 쓰고 실습도 다니며 원예치료사 자격을 취득했죠.”
전문가가 되고 나니 강사 자격으로 야생화갤러리, 유치원, 주간노인복지요양원 등에서 야생화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20년 넘게 교사생활을 했던 덕분에 수강생을 가르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야생화는 자연과 더불어 적은 돈으로 평생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중·장년의 관심이 높다고 생각해요.”
잘만 키우면 평생 취미, 나아가 제2의 지업까지 될 수 있다는 야생화. 무엇보다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백 대표는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데는 한 달에 30만~5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마음껏 꽃과 흙을 사고 화분을 가꾸는 데 드는 돈이 그만큼이기 때문이다. 연금도 있고 강의료도 나오는 덕분에 야생화와 함께하는 그녀의 노후는 평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