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필두로 잇단 ‘LPG 규제 완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LPG업계와 석유업계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4일 “정부는 비합리적인 LPG 사용제한 규제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35년 만에 시행된 ‘5인승 RV차량 LPG 규제완화’가 지난 10월 31일부터 본격 시행됐음에도 불구, 판매하지도 않는 5인승 다목적 차종을 규제 완화에 포함시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LPG 사용제한 규제 폐지를 촉구했다.
LPG는 미세먼지 배출이 휘발유·경유에 비해 거의 없는 친환경 연료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 따라 LPG차 확대 방안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석유업계에선 LPG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석유업계는 LPG 차량의 미세먼지 배출량 수치가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립환경과학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 연구 자료 따르면 LPG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0이다. 그러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승용차 km당 휘발유는 0.0018g, 경유 0.0021g, LPG는 0.0020g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큰 차이가 없다. 이에 석유업계 관계자는 “LPG 미세먼지 배출을 과학적으로 분석ㆍ진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업계 관계자는 LPG차량에서 미세먼지 대신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점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살펴본 후 정책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섣불리 규제 완화를 했다간 부작용과 큰 비용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금에 대해서도 LPG업계와 석유업계가 이견을 보였다. 석유업계는 LPG의 세금이 적게 잡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LPG 업계는 적은 수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LPG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PG 세금 비중은 OECD 평균을 웃도는 수치이며 오히려 경유가 세금 비중이 환경 오염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업계는 이에 반박하며 “국가마다 조세정책이 다르다”고 말했다. 경유는 산업용 연료이기 때문에 세금이 낮게 책정됐으며 경유 세금을 올리면 자영업자와 수출업자들의 반말이 세진다는 게 낮은 세금 비중에 대한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어 “LPG는 국가유공자, 장애인들을 위해 낮은 세금을 매겨 왔는데 LPG측이 말하는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세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LPG 업체들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가는 수요로 LPG연료 사용 규제 완화에는 찬성하지만, 급진적 완화 정책에는 말을 아꼈다. LPG업체 관계자는 “5인승 제도 통과된 후 실효성 측정되지 않은 채 새로운 제도가 나오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
LPG 규제 완화 안건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 입법이 이뤄지고 있다. 윤한홍·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모든 차종에 사용 제한 완화, 조배숙 국민의당은 1600cc 미만 승용차 LPG 연료 사용 허가, 정재호 더불어민주당은 2000cc 미만 차량 LPG연료 사용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