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에 따른 중동 혼란이 더욱 격심해질 전망이다.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이 후티 반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살레는 30여 년간 예멘을 철권통치하다가 지난 2011년 중동 전역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 여파로 그다음 해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는 수도 사나 외곽의 자신의 고향인 사난에서 도피하던 중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현지 TV와 라디오방송국이 그의 사망 소식을 전했으며 소셜미디어 등에 머리 총상으로 죽은 살레 시체 사진과 동영상이 게시됐다. 사우디 알아라비야 방송도 살레 측근을 인용해 사망 소식을 확인했다. 이란 언론매체들도 살레의 죽음을 일제히 보도했다.
후티 반군 지도자인 압둘말리크 바데르 알다인 알후티는 TV 연설에서 “살레의 죽음은 역사적이고 특별한 사건”이라며 “동맹이었던 살레의 갑작스러운 변절은 심각한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우디와 서방국 등 적들이 크게 타격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예멘에서는 지난 3년간 사우디아라비아 지지를 받는 정부군과 이란이 후원하는 시아파 후티 반군이 내전을 벌여왔다. 살레는 당초 후티와 동맹 관계였으나 정부 쪽으로 돌아섰다. 사우디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측은 지난 수개월간 살레와 후티의 관계를 끊고자 비밀리에 교섭을 벌여왔다. 이후 살레를 지지하는 무장세력과 후티가 사나에서 최근 수일간 격렬한 교전을 펼쳐왔다.
채텀하우스의 피터 솔즈베리 연구원은 “살레 지지자들과 그의 당인 국민의회당(GPC)은 후티가 이렇게 빨리 살레를 제압했던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확실히 살레의 죽음은 그의 지지자들 사기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레는 현대 예멘을 건설하고 나서 권력을 유지하고자 나라를 다시 붕괴시킨 인물”이라며 “이에 그에 대한 평가는 복잡하고 엇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레는 1978년 북예멘 대통령이 됐으며 1990년 남북 예멘이 통일된 이후에도 국가 수반 자리를 지켰으나 2012년 반정부 시위에 결국 사임했다. 사임 이후에도 걸프 국가들에 의해 중재된 협상 하에서 자신과 가족에 대해 기소 면책권을 얻어내는 등 정치력을 과시했다. 그는 3년 후 후티와 힘을 합쳐 예멘 정부와 내전을 벌였으며 결국 후티는 2015년 수도 사나 통제권을 장악했다. 이후 예멘 정부군은 남부 항구인 아덴에 기반을 두게 됐다. 사우디가 개입해 후티 반군에 공습을 펼쳤지만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