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에 따르면 AI의 영어 번역 능력은 일반 대학생 수준을 훨씬 능가한다. 지난달 16일 중국 인터넷 검색 대기업 바이두의 연례 회의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로빈 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중국어 연설을 실시간으로 영어로 번역해 스크린에 영문으로 비춘 것이다.
최근 1년간 세계적으로 자동 번역 기술은 눈부시게 진화했다. 작년 가을 구글은 AI를 활용한 번역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정밀도가 단숨에 향상, 마이크로소프트(MS)와 중국 바이두도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올해 10월, 구글은 동시통역 이어폰 ‘구글 픽셀 버드’를 발표했다. 이 기기는 구글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40개 언어에 대응한다. 발표회에서는 스웨덴어와 영어의 동시 통역을 시연해보였다. 1초도 안걸려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와 좌중을 놀라게 했다.
MS는 올 4월 화상 채팅 및 통화 서비스인 ‘스카이프’에 자동통역 기능을 선보였다. 일본 MS의 사카키바라 아키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일상에서 사용하는데는 거의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바이두는 9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에 대응한 소형 통역단말기를 발표, 내년께 일본 등지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총무성 관할 정보통신연구기구(NICT)가 중심이 되어 심층학습을 사용한 음성번역기술을 개발했다. NEC와 후지쓰, 파나소닉, NTT 등 민간기업이 보급을 책임진다. 방일 외국인에 대응하기 위한 번역 서비스는 11월에 제공이 시작, 의료현장용 소형번역단말기 등도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NICT의 스미타 에이이치로 펠로는 “이번 자동번역은 토익 800점 수준은 될 것”이라며 “회의 동시통역에 어떻게 사용할지 실험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10년 후에는 실제 비즈니스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ICT의 스마트폰용 번역앱 ‘보이스트라(VoiceTra)’는 청취력이 원어민 수준이다. 스미타 펠로는 “학습시키는 데이터 량은 증가하고, 번역 알고리즘도 저절로 진화한다”며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자동 번역에 의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비즈니스 회화는 AI가 강점을 지닌 분야다. 업종 및 업계마다 사용되는 용어는 특징이 있는데다 맥락없는 대화와 달라 AI가 번역하기 쉽다는 평가다. 영어권 이외 현지인과의 상호 작용에도 AI의 활약이 기대된다. 서로 영어로 말하기보다는 AI 번역을 통해 모국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 쉽다고 한다.
그러나 AI 번역은 만능이 아니다. 스미타 펠로는 “진화해도 실수는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이런 실수를 바로잡거나 잘못된 이해를 막는 것이 인간의 역할. 인간이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MS의 사카키바라 CTO는 “AI 번역의 정확성을 AI가 체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AI 정확도는 더 향상돼 2030년이면 영어 공부가 전혀 필요없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NB는 이런 미래에는 AI 번역이 흉내낼 수 없는 능력을 닦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능력의 하나가 CQ다. IQ가 지능, EQ가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라면 CQ는 말 속에 숨은 문화적 요소에 대한 이해력을 말한다. CQ가 없으면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전달하고 싶은 의도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NB는 비영어권에서 영어의 벽은 높지만 세계화와 기술 혁신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언어의 벽을 허무는 새로운 시대가 막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