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삼성전자 12거래일간 1조3000억 원 매도, SK하이닉스도 4거래일간 2129억원 매도
외국인의 ‘삼성전자 덜어내기’가 정점에 달했다. 12일 동안 쉬지 않고 삼성전자를 내다 팔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외국인의 삼성전자주 순매도 규모는 1조34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손을 털면서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8.17% 하락했다. 한 때 280만 원 후반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256만3000원으로 주저앉았다.
월간으로 볼 때, 외국인은 올 들어 6월과 10월을 제외하고 연중 삼성전자를 덜어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1조3500억 원, 8월에는 1조5100억 원 각각 대규모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투톱’을 구축한 SK하이닉스 역시 4거래일 연속 외국인의 매도세가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2129억 원어치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넉 달간 SK하이닉스를 팔아치우던 외국인은 10월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최근 다시 매도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외국인의 반도체주 매도세는 반도체 업황 우려에서 비롯됐다. 최근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마감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27일 보고서를 통해 “낸드(NAND) 가격이 추세 반전하면서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 투자심리 하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거듭하는 메모리 고점 논란을 털어버리라고 조언했다. D램은 공급 감소와 수요 강세에 힘입어 오름세인 가격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D램보다 가격 변동폭이 큰 낸드는 2D에서 3D 낸드 전환을 위한 일시적 공급 감소인 만큼, 가격 하락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생산업체 수가 많았던 과거에는 눈치 없는 하나의 공급자만 있어도 모두 증설로 돌아섰지만, 주력 생산업체가 3~4개로 줄어든 지금은 D램과 낸드 시장에서 공급 증가 리스크는 크게 감소했다”라고 진단했다.
사상 최대 이익 행진에 대한 기대도 유효하다. 대다수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16조 원대 후반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영업이익 4조 원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한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구축한 점을 고려하면, 주가 조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매수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