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조작 BMW코리아 조직 개편…김효준 대표 사실상 ‘경질’

입력 2017-12-06 09:22수정 2017-12-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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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그룹코리아 김효준(왼쪽) 대표가 회장으로 승진하고 후임으로 현 BMW말레이시아 법인장인 한상윤 대표가 내정됐다. 대규모 인증조작 사태로 인해 김 대표의 일선후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제공 BMW그룹코리아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이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겉으론 승진의 모습을 갖췄지만, 3년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았고, 대규모 인증조작 사태 직후라는 점에서 사실상 ‘경질’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6일 관련업계와 BMW 등에 따르면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이 이달 말 회장으로 승진한다. 후임 대표는 2015년까지 BMW코리아에서 세일즈를 총괄했던 한상윤 현 BMW말레이시아 법인장이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차 업계 ‘회장’ 체제를 갖추는 것은 BMW그룹코리아가 처음이다. 김 대표가 2000년 9월 한국법인 사장에 오른지 17년 만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BMW코리아 사장 취임 당시 연간 1600대 수준이던 판매를 지난해 4만8000여 대까지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2003년 아시아인 최초로 본사 임원에 오르며 독보적인 위치를 확인시킨 바 있다. 나아가 인천 영종도에 BMW 드라이빙센터를 유치했고, 올해 본사를 제외한 해외 법인 중 세계 최대 규모의 안성부품물류센터를 완공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해온 김효준 대표의 회장 승진과 조직개편에 대해 수입차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 시작한 김 사장의 3년 임기는 오는 2020년 상반기까지다. 여전히 임기가 아직 절반 이상 남아있는 셈. 이 시점에 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일선 후퇴’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BMW코리아 측은 “김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것이 아니라 임기 2020년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증서류 조작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나는 ‘경질 인사’로 보고 있다.

앞서 BMW 독일 본사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임원이 지난달 28일 한국을 방문했다. BMW코리아의 조직개편과 인증 조작 상황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하고 돌아갔다. 때문에 이번 BMW코리아의 조직 개편이 김 사장의 역할 변화를 앞당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지난달 환경부와 관세청은 BMW코리아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판매된 8만1000여 대의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위조 및 변조해 수입했다고 발표했다. 수사권을 쥐고 있는 서울세관본부는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 관련 내용을 수사했고, 결국 인증조작 혐의를 밝혀냈다. 이후 기소의견을 더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환경부는 단일 회사 사상 최대 규모의 배출가스 관련 과징금 약 600억 원을 BMW코리아에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예정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BMW의 소명절차를 마쳤고, 이달 안에 한국법인 및 인증업무 관계자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이 재판에 넘겨지면 1심 재판부는 검찰에 송치된 사건과 환경부의 고발건을 병합해 심리할 예정이다.

덕수상고 출신의 김 대표는 수입차 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걸쳐 고졸 신화의 주인공으로 손꼽혔다. 반면 임기 말에 불거진 대규모 인증서류 조작 사건이 그의 이력에 오점으로 남은 상태다.

후임 사장으로는 알려진 한상윤 BMW 말레이시아 대표는 2015년까지 BMW 코리아에서 근무하며 BMW 코리아 세일즈 총괄을 역임했다. 2016년 한국인 최초로 BMW그룹의 한국외 법인장을 맡아 주목받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법인 부임 첫 해인 2016년 총 9000대를 판매해 전년(7515대) 대비 약 20%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3분기까지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넘는 판매 성장세를 주도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김 사장이 회장으로서 BMW코리아를 대표하며 대외적인 업무를 맡고 한상윤 대표가 판매와 영업 등을 총괄하는 체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수입차 업계 시각은 다르다. 김 사장과 한상윤 후임 대표간 알력다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BMW 내부사정에 정통한 수입차 관계자는 “수입차 한국법인이 ‘회장’ 자리까지 두는 경우가 이례적인 상황이다”며 “6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도 문제지만 정부 인증서류를 위조하고 변조했다는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김효준 대표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걸음 물러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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