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ㆍ연구기관 전국 집값 상승세 전망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내년에도 주택가격은 계속 오른다.”
주택 관련 연구소와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들의 전망이다.
정부가 고강도 규제책을 연이어 내놓았고 공급과잉·금리문제와 같은 악재가 겹쳐있는 분위기에서는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 분석이다.
여러 변수를 감안하면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는 쪽에 무게가 실려야 정상이다. 정부가 수요억제를 위해 청약제도 개선·분양권 전매 기준 강화를 비롯해 세금압박 카드까지 꺼내들고 위협하는 상황인데도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기류를 탈 것이라고 하니 그 진단 근거가 무엇인지 사뭇 궁금하다.
게다가 내년에 아파트 입주 대기물량이 40만 가구가 넘는 처지여서 주택시장 분위기는 좋을 수가 없다. 올해 이어 내년에도 입주 물량 대량 출하로 집이 남아돌 판인데 어떻게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말인가. 이는 경기도 화성 동탄2 신도시 사정만 봐도 능히 알 수 있는 일이다. 한때 인기가 좋아 억대의 프리미엄이 붙었으나 근래 들어 한꺼번에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집값이 곤두박질했다.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본전도 못 건지는 아파트가 적지 않다. 물량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얘기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장세로 환원하겠지만 당분간은 약세를 면치 못할 형편이다.
이런 사례가 동탄2신도시뿐이겠는가. 신도시급 대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수요기반이 튼튼한 서울 잠실권도 2007~2008년 쯤 재건축 아파트 입주 시기에는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폭락했었다.
전국 곳곳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소리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주거복지로드맵도 기존 주택시장 입장에서는 악재임이 분명하다. 연간 20만 가구씩 5년간 100만 가구나 되는 값 싼 무주택서민용 공공주택을 공급할 경우 일반 주택 구매수요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완공 때까지 4~5년의 시간이 걸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을 듯하나 앞으로 벌어질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구매력은 크게 약화될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주택 관련 연구기관과 증권사들은 내년에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내용을 좀 들여다보자.
유진투자증권 이상우 연구위원은 전국 주택가격 상승폭을 5%, 서울은 12%로 예상했다.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멸실주택 증가로 공급부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배경이다.
하나금융투자 채상욱 연구위원은 내년 전국 집값이 3%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서울은 5% 넘게 오르고 지방 오름폭은 1% 안팎으로 진단했다. 근거로는 내년 4월부터 양도소득세 가산세율이 적용돼 서울 강남 등에서 ‘똘똘한 한 채’로 자산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서울은 공급 부족을 집값 상승 근거로 들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서울 1%대를 비롯해 수도권 0.8%, 지방 -0.5% 등 전국적으로 평균 0.2%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유일하게 하락세를 점쳤다. 수도권은 보합세, 지방은 -1% 등 전국 평균 0.5% 떨어진다고 예상했다. 이 수치는 아파트 기준이 아니라 전체 주택 평균치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이들의 전망치는 과연 근거가 있는 얘기일까.
올해 11월까지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1.4%이고 서울은 3%이다. 지난해는 전국 0.7%, 서울 2.1%였다. 정부의 규제완화 발표로 주택시장이 호황을 누렸던 2015년에는 전국 3.5%,서울 4.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호재보다 악재가 많은 내년의 주택시장 전망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진단한 높은 상승폭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나금융투자와 유진투자증권은 내년 전국 집값 상승률을 각각 3%, 5%라고 점쳤는데 그런대로 호황세였던 올해도 11월까지 통계지만 상승률이 1.4%에 불과하다. 서울도 그렇다. 두 증권사는 각각 5%, 12%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과연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더욱이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서울 상승폭 12%는 무엇을 토대로 도출해 낸 수치인지 알 수 없다. 그가 작성한 보고서를 봐도 명확한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내년 주택시장이 이들 애널리스트가 예상한대로 흘러가도 안되겠지만 잇따른 정부 억제책 때문에 거래절벽 사태가 벌어져도 문제다. 적정 수준의 상승세로 안정을 유지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