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투자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관행에 대해 시장 충격요법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최근 증권업계 시선은 NH투자증권으로 쏠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8월 말 모바일 증권 나무에서 ‘국내 주식 매매 수수료 평생 무료’라는 이벤트를 내걸었다. 약 두 달간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시성이 있었지만, 증권사가 위탁매매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자체가 최초 시도였다. 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고객의 투자 비용을 줄이는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대형사의 중소기업 죽이기라는 날 선 비판도 나왔다.
이러한 시도를 주도한 인물은 안인성 디지털고객본부장(44·사진)이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최연소 본부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안 본부장을 영입했다. 현대카드와 SK커뮤니케이션스에서 인터넷 신사업을 주도하며 디지털 부문에서 입지를 다졌지만, 증권업계는 생경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서 디지털 자산관리 영역의 기반을 다져나가려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내부적 판단이 작용했다.
안 본부장은 증권업계가 기존 사업 모델을 깨려는 시도 없이는 디지털비즈니스 혁신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본업과 함께 디지털 자산관리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면서 “이러한 변화를 알리는 시작점이 나무 국내 주식 거래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려는 전략이라기보다는 혼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관행 자체에 대해 시장 충격 요법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평생 수수료 이벤트 결과 6만1000여 명의 신규고객이 7500억 원의 자산과 함께 모바일증권 나무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가장 큰 성과는 투자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 유도였다. 안 본부장은 “나무 이용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30대”라면서 “20대 고객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위탁매매 기반에서 디지털 자산관리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비용이나 수익률 측면에서 개인투자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기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보어드바이저나 알고리즘 트레이딩 관련 서비스·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NH투자증권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변수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상품을 계속 출시할 예정이다. 안 본부장은 “주식을 사고 파는 일은 사실 신경이 엄청 쓰이는 일”이라면서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관련 상품에 투자한다면 (로봇이) 알아서 매도·매수타이밍을 정해 수익률을 챙긴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달 중순 기존 인적서비스 기반의 브랜드 ‘큐브(QV)’와 모바일 브랜드 ‘나무’의 리뉴얼에 나선다. 나무의 경우 현재 다 따로 있는 주식거래 앱과 해외투자 앱, 계좌개설 앱을 하나로 합쳐 이전보다 더 쉽고 편하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디지털 자산관리’의 타깃 고객 연령대 자체를 낮추는 목표도 있다. 그는 “금융투자업체들과 거래하고 있는 고객은 업권으로 따져봤을 때 500만 명에 그친다. 이 500만 영역 바깥에 있는 고객, 특히 젊은 고객들을 유입시키는 것이 목표”라면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투자가 쉬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1억 자산을 가진 고객 1만 명이나 100만 원을 가진 고객 100만 명이나 전체 자산은 똑같다”면서 “예전에는 1억 자산을 가진 고객을 1만, 2만 명 모으는 게임을 했다면, 디지털 시대에서는 100만 원 자산의 고객 100만 명을 모으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