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CEO학]“잔디에 과학입히고 서비스 얹였죠”...농학박사 권성호 BnBK대표

입력 2017-12-08 14:25수정 2017-12-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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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코스관리에 여념이 없는 골프장 경영의 미다스 손

▲골프장들이 경영의 변화를 줘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권성호 박사

“내가 힘든 시기의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성모 마리아는 나에게 다가와/지혜의 말씀을 해주셨죠/순리에 맡기라고요/그리고 나의 어두운 시간 속에서/어머니는 밝게 내 앞에 서 계시면서/지혜의 말씀을 해주셨죠/순리에 맡기라고요.”(비틀스의 Let It Be 가사 중에서)

국내 골프장 운영 전문기업 비엔비케이(BnBK) 수장을 맡고 있는 권성호 대표(47)는 팝송 중에서 유독 ‘렛잇비(Let It Be)’를 좋아한다. 이유는 노래 제목인 ‘순리(順理)에 맡기라’는 가사가 마음을 사로잡기에 그렇단다. 그는 순리에 맞게 살면 모든 것이 잘 풀린다고 믿는다.

그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서 운영하는 잔디연구소 덕이다.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뒤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 두드린 곳이 잔디연구소다. 1년 과정으로 잔디를 비롯해 병충해 등 골프장 근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다. 과수원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나무와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잔디에 관한 지식 습득이 조금 빨랐다. 실습은 경기도 블루버드, 리베라, 양지파인컨트리클럽에서 했다. 26살에 잡은 첫 직장은 농심에서 운영하는 경기 포천의 일동레이크골프클럽이다. 부서는 코스관리팀. 즉, 그린키퍼였다. 잔디와 함께 눈을 뜨고 잔디와 함께 별을 보는 팀이었다.

▲권성호 대표

“일동레이크에 입사한 것이 제게는 행운이었죠. 마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이 우리 골프장에서 열린 겁니다. 대회를 주관하는 LPGA 조직위원회의 코스세팅이 끝나자 아마추어 골퍼를 대상으로 할 때와는 전혀 다른 홀들이 완성되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죠. 빠른 그린을 만드는 방법을 이때 배웠습니다.”

대회코스를 세팅할 때는 일반 아마추어 대상으로 하는 골퍼들을 받을 때와 전혀 다르다. 대회를 주관하는 조직위원회가 경기 매뉴얼대로 코스세팅을 하기 때문에 페어웨이 및 러프의 잔디 길이, 그리고 그린스피드 등에서 확실한 차이점을 보였다. 그는 대회를 개최하면 코스 수준이 몰라보게 높아진다는 것을 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동레이크골프클럽은 그에게 앞으로 독립해서 코스관리 전문회사를 설립하게 만드는 밑거름을 제공한 셈이다. LPGA투어뿐 아니라 SK텔레콤오픈을 진행하면서 잔디와 코스관리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팀장시절 농심 신동익 부회장의 질문을 받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왜, 여름에는 그린이 느리고 봄, 가을에 에어레이션과 배토 작업을 하는가?”였다. 봄에는 여름, 가을은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때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업주의 생각은 달랐다. 회원이나 고객에게는 ‘골프시즌에는 최고의 품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골프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던 것이다. 오너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코스관리팀 직원은 당시 12명. 농심은 코스관리 직원들에게 다른 골프장의 코스관리 용역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것이 인연이 돼 하이원리조트를 비롯해 드림파크, 블랙밸리골프장 등의 코스관리 용역을 맡아 관리하게 됐다. 골프장에 근무하면서 그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등 골프 선진국의 골프장을 벤치마킹하려고 여러 곳을 돌아봤다. 겨울에 PGA투어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의 명문골프장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도 다녀왔다. 현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구석구석 살피며 코스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10년간 몸을 담았던 일동레이크를 떠나 골프장 건설기업인 오렌지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겨 1년 6개월 근무했다.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의 코스관리를 맡았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살려 2007년 골프장 전문가들과 함께 코스관리 전문회사인 BnBK를 설립했다. 순리를 따르면 행운이 오는가. 2008년 김해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의 코스관리 용역 입찰에 나서 첫 용역을 따냈다. 잔디 식재가 끝난 상태에서 정식 개장 때까지 코스관리를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인연이 닿아 롯데 스카이힐 제주, 부여, 성주 등의 코스용역을 비롯해 식음, 경기과도 맡았다.

▲권성호 대표

코스관리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울까. 용역을 맡은 골프장의 코스관리팀 직원의 수준이다. 잔디의 생장이나 관리 상태에 대해 지식이 풍부하면 서로 일하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수준이 미치지 못하면 코스관리가 녹록지 않다.

“용역을 맡을 때 우리가 실수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파기해도 좋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 직원들은 코스관리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처음에는 그도 코스관리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날씨에 가장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비가 안 와도 걱정,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문제였다. 잔디는 날씨가 ‘절대자’였다. 농사와 마찬가지로 과학적인 접근이 결코 쉽지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노하우’기 생겼다. 물론 이를 위해 전공서적을 늘 끼고 산다. 고려대 농대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잔디관리를 하다 보면 농부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죠.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어느 날 잔디 상태가 안 좋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다만, 잔디도 마음을 준 만큼 잘 자라준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죠. 잔디도 아이 기르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

잔디가 제대로 생장하려면 무엇보다 홀의 배수가 잘돼야 한다. 물이 고이면 잔디가 썩는다. 또한 잔디는 밀도가 생명이다. 페어웨이뿐 아니라 그린의 잔디가 얼마나 촘촘하게 뿌리를 잘 내리고, 잎이 건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봄, 가을의 잔디는 20대 청춘이고, 여름의 잔디는 50대 장년, 겨울의 잔디는 70대 노인이란다. 생장 속도와 건강함이 다르기 때문이다.

BnBK는 10년 이상 넘은 경력직원이 대부분이다. 250여 명이 근무하며 10개 골프장은 코스관리, 수도권의 한 골프장은 임대해 영업 중이다. 자체 브랜드인 론푸드로 운영 중인 레스토랑도 6곳이나 된다. 특히 강원 춘천의 스프링베일골프클럽을 맡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입장객을 꽉꽉 채우며 매출을 35% 이상 끌어올렸다.

그는 BnBK는 팀워크가 강점이라고 한다.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한다. 그는 잔디를 깎는 사람도 기계만 다룰 줄 아는 것보다는 잔디의 속성을 알고 해야 더 잘한다는 생각이다. BnBK가 돋보이는 것은 골프장 경영철학이다. 그는 잔디만 생각하면 농부란다. 잔디에 과학을 입히고, 서비스를 얹으면 제대로 된 코스관리가 탄생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권성호 대표는 어떤 골프장 관리를 꿈꿀까.

“앞으로 골프장은 가족들이 함께 근무하면 최상입니다. 그 지역에 거주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아들과 딸이 함께 일하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습니다. 업무는 서로 다를 테지만 부모가 하는 것을 자식이 도울 테고, 자식이 하는 일을 부모가 모른 척할 리가 없을 테니까 자연스럽게 1인 다역이 됩니다. 기존 골프장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골프장 운영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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