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파업 탓에 협력사는 고사 직전..글로벌 기업 성장한 게 기적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1997년 IMF 이후 구조조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었던 이들의 평균 연봉은 9400만 원. 정년이 보장된 이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는게 현실이다.
12일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난항을 이유로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이날 울산공장을 비롯해 전주와 아산 공장에서 4시간씩 공장 가동이 멈춘다. 이튿날인 13일에는 엔진과 변속기를 만드는 간접사업부가 부분파업을, 14~15일에는 전공장이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회사 노조는 올들어 임단협과 관련해 전날까지 총 13차례 파업했다. 새 노조와 이전 집행부의 임단협 파업으로 지금까지 차량 5만여 대, 1조1000억 원 상당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노조는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이후 단 한 차례의 구조조정도 없었다. 2014년 연구개발 부문의 중간 관리자(부장 및 차장)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을 때에도 생산직 근로자는 해당되지 않았다. 외환위기 때처럼 인위적인 인력조정이 아닌, 희망퇴직을 신청받았지만 이때를 본격적인 위기의 시작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생산직 노조에 대한 구조조정이 사실상 불가능 한 탓에 석ㆍ박사급 연구원을 줄인 셈이다.
현대ㆍ기아차 현장직 근로자들의 임금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의 연봉수준은 각각 9400만~9600만 원이다. 이는 일본 토요타(약 9100만 원)와 닛산(약 8720만 원)보다도 월등하게 높다. 독일 아우디와 폭스바겐 역시 평균 약 8310만 원과 8050만 원을 받는다. 현대차와 기아차보다 연봉이 높은 곳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약 993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근로자의 정년이 보장돼 있어 해마다 약 800명이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다. 고용보장은 물론 단협을 통해 “근로자 자녀 입사 때 가산점 혜택”까지 요구하고 있어 ‘기득권의 세습’이라는 비난마저 이어지고 있다.
노조가 기득권을 주장하는 사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4년여 만에 사실상 절반 가까이 줄었다. 3분기 누적기준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3년 6조2851억 원에서 2015년 4조8428억 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3조7994억 원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4조 원 밑으로 주저 앉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담은 고스란히 협력사로 이어졌다. 현대차의 부분 파업 여파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1~2차 협력사는 공장 전면가동 중단 또는 폐업 위기까지 몰린 상태다.
전날 현대ㆍ기아차 협력사 협의회는 울산시청에서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1~2차 부품 협력사들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 철회와 노사의 원만한 교섭타결을 간곡히 부탁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현대차와 기아차 협력사 330여 곳이 모여있는 부품 협력사 협의체다.
협의회는 “현대차 파업에 따른 조업 차질은 협력사들의 경영 차질은 물론, 파업이 장기화하면 협력사는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모기업 노조가 일손을 놓으면 부품 협력사들이 받는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일하는 곳은 달라도 부품 협력사 직원들도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들이고 근무환경과 임금, 복지 면에서는 여러분보다 훨씬 열악하고 수준이 낮은 것 또한 사실”이라며 “더 힘든 근로자들의 고통을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