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미망인을 한자 그대로 읽으면 섬뜩하다. ‘아직(未) 따라 죽지(亡) 못한 사람(人)’. 수절(守節)을 넘어서 “남편이 죽었으니 당신도 따라 죽어라’라는 순장에 가까운 개념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잘나가는 여성들이 넘쳐나는 현실과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인 용어이다.
우리말 전문가들은 미망인을 버리고 대신 ‘유부인(遺夫人)’으로 쓰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유가족(遺家族·죽은 사람의 남은 가족), 유언(遺言·죽음에 이르러 말을 남김) 등의 말처럼 ‘남겨진 부인’이라는 뜻의 ‘유부인’이 적절하다고 설명한다.
국어원은 이달 초 가부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미망인의 뜻풀이를 ‘남편을 여읜 여자’로 바꿨다. ‘다른 사람이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는 주석도 달았다. 본인이 겸손의 뜻으로 스스로를 ‘미망인’으로 부르면 몰라도 타인이 부르는 호칭으로는 부적절함을 지적한 것이다. 양성평등 시대에 걸맞은 의미 있는 변화이다.
국어원의 이번 ‘표준국어대사전 수정’은 미망인의 뜻풀이 수정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변화가 많다는 평가가 들린다. ‘언어의 사회성’에 주목한다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모 방송사 스포츠 아나운서 선배는 효과를 [효ː꽈]로 말해도 되는 것에 대해 크게 환영했다. “그동안 아나운서, 기자, 리포터들이 ‘효오과아’ 하고 발음하는 게 몹시 듣기 불편했다. 그래서 혼자 악착같이 [효꽈]로 발음해 왔는데, 이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 속이 다 시원하다”는 그 선배의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관건[관건/관껀], 반값[반ː갑/반ː깝], 교과[교ː과/교ː꽈]도 된소리로 맘껏 말해도 된다. 또 안간힘은 [안깐힘] 말고 [안간힘]이라고 말해도 되고, 순이익은 [순니익] 또는 [수니익], 밤이슬은 [밤니슬]혹은 [바미슬]로 읽어도 된다. 성적을 나타내는 숫자 점수의 발음 역시 [점쑤]와 더불어 [점수]도 인정됐다. 그동안 우리말 발음을 놓고 이곳저곳에서 많은 논쟁을 벌여왔는데 이렇게 바로잡혀 참 잘됐다.
이번에 표준어가 된 말 중에는 다른 사람을 부를 때 쓰는 감탄사 ‘이보십시오’가 눈에 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를 향해 했던 말이 아닌가. 당시 “이보십시오오~” 하던 문 대통령의 표정과 함께 억양이 귓전에 맴돈다. ‘이보십시오’가 표제어에 추가되면서 ‘이보세요’ ‘이보쇼’ ‘이보시게’ ‘이봅시오’ ‘이봐요’ 등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됐다.
국어원의 발표 이후 열흘 남짓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나 역시 잘생기다, 못생기다, 잘나다, 못나다 등의 품사가 형용사에서 동사로 바뀐 게 영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언중의 언어생활 중심으로 발음을 수정하고 잘못 쓰이고 있는 말글을 정리한 국어원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제기된 문제는 언제든 바로잡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