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1월 미국 대통령 취임을 시작으로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 숨가쁘게 흘러갔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부르짖으며 국제 무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러나 경기 회복과 트럼프 감세에 대한 기대로 글로벌 증시는 랠리 행진을 이어갔으며 아마존은 파괴적 혁신으로 모두를 긴장케 했다.
◇비트코인 광풍=올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투자 광풍이 불면서 세계 경제 역사의 한 장을 채우게 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약 1700% 올랐으며 이더리움과 라이트코인 상승폭은 5000%를 넘었다. 이에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5000억 달러(약 543조 원)를 돌파해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등 글로벌 대기업을 추월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이뤄지는 등 제도권 시장에도 진입했다. 다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미래를 놓고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일각에서는 네덜란드 튤립 투기나 닷컴버블을 능가하는 사상 최대 버블이라며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말까지 4만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올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강조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실행에 옮기며 전 세계에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6월에는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파리협정이 미국에 불이익이라는 이유에서였다. 10월에는 유네스코(UNESCO)가 반(反)이스라엘 편향적이라며 탈퇴를 선언했다. 보호무역주의 기조도 여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다자간 무역협정을 거부하는 트럼프는 양자 간 협상으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은 재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재협상이 진행 중임에도 트럼프는 “우리는 협상을 타결할 수도, 타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글로벌 증시 랠리=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8일을 포함해 올해에만 70차례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4거래일에 한 번 꼴로 최고치를 다시 썼다는 의미다. 다우지수는 18일을 기준으로 올해 25.5% 올랐고, S&P500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20.2%, 29.9% 상승했다.
글로벌 증시 랠리의 배경으로는 미국 세제 개편을 둘러싼 기대감이 꼽힌다. 작년 대선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주도하는 세제안에 대해 기대감은 계속됐다. 현재 공화당 상·하원을 통과한 개편안은 크리스마스 전에 법률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 35%를 21%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개편안에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세제 개편안이 내년에 본격 시행되면서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의 습격=2017년은 아마존의 활약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6월 아마존은 미국 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업체인 홀푸즈마켓을 인수했다. 이는 ‘세상의 모든 것을 판매한다’는 아마존의 취약점이었던 식료품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오프라인으로 판로를 넓히는 기회가 됐다. 7월에는 아마존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일시적으로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1위 부호에 오르기도 했다. 10월 마감한 아마존의 제2본사 유치전에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도시 238곳이 뛰어들었다. 아마존의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반면 아마존의 부상에 전통 소매업체들은 위기를 겪었다. 장난감 소매업체 토이저러스는 온라인 시장 확대로 매장 판매가 감소하면서 9월 파산 보호 신청에 이르렀다. 대형 슈퍼마켓 대표주자 월마트는 신규 출점을 줄이고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직장내 성희롱 고발 캠페인 ‘미투’=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자발적으로 공개한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을 선정했다. ‘미투’는 10월 초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웨인스틴의 성추문이 터진 미국 영화계에서 시작됐다. 하룻밤새 3000명이 동참하면서 정치계, 언론계 등의 성폭력 사실이 드러났다. 웨인스틴을 비롯해 배우 케빈 스페이시, 앵커 찰리 로즈 등이 해고됐다. 실리콘밸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2월 수전 파울러 우버 전 엔지니어는 상사가 자신을 성희롱했으며 회사는 침묵했다고 폭로했다. 폐쇄적인 기업문화로 비판을 받은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