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횡령과 배임 등 경영비리관련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면서 구속은 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지주사 완성을 위한 신 회장의 뉴롯데 구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회장에게 징역 1년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8억원의 부당 급여를 지급하게 하고, 서미경씨와 신영자 전 이사장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몰아주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에 778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월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 원을 구형했다.
그간 재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에 대한 구형량이 10년으로 워낙 높아 실형 선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우려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며 “임직원들이 더욱 합심해 앞으로 국가 경제에 더욱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과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이날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신 회장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작업, 해외사업에 등은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과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 분리를 위해 한국 롯데그룹을 지주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국내 계열사 91개 중 42개사를 편입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 ㅈ가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50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11개까지 줄였다.
또, 신 회장의 해외경영도 탄력을 받게 됐다. 신 회장은 사드보복으로 직격탄을 받은 중국 대신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지역에 관심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신 회장이 실형은 면했지만, 혐의 중 일부가 유죄로 인정된 만큼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 유지에 위기를 맞게 됐다. 일본은 기업문화 특성상 기업 총수의 ‘도덕적 해이’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이에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거나 해임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신 회장은 검찰로부터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은 후 선고공판을 앞두고 일본을 오가며 롯데홀딩스 경영진과 주주들을 만났다.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지분은 1.4%로 아직 지배력이 취약한 만큼 언제든지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경영진들과 주주의 마음을 잡으려는 행보로 여겨졌다.
만약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 한국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를 보면 호텔롯데가 정점에 있고,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광윤사(지분율 28.1%)를 제외한 주주들이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광윤사의 경우 최대주주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지분율 50%)으로, 신 전 회장은 이날 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으면서 또 한 번 경영권 분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르면 내주 정기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도입된 BU체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U체제는 금융 등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유통과 식품, 화학, 호텔 및 기타 등 4개 BU로 나누고 각 BU를 이끌 BU장을 발탁하는 것이다. 신 회장과 재판부다 한동안 법정공방이 이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계열사의 중심을 잡아줄 BU체제의 존속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