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권력을 통해 특정기업을 지원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한국은행 자본확충펀드가 연말 종료를 앞두고 기로에 섰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한은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28일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는 한 이번 주말로 자본확충펀드는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7월1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국책은행 자본확충 지원과 관련해 중소기업은행에 10조 원을 대출해주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대출기간은 대출건별로 1년 이내며, 실행시한은 올해 말까지다. 또, 매년말 계속 지원 여부를 검토키로 했었다.
아울러 실제 대출이 발생할 경우 금통위에서 매번 대출금리 및 담보, 이자수취 방법 등을 결정하는 승인절차(캐피털 콜 방식)를 거처야 한다. 다만 현재까지 관련 대출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자본확충펀드는 명시적으로는 기업은행에 대한 대출이지만 사실상 부실기업 지원을 위한 우회출자다. 2009년에도 ‘은행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지원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엔 한은이 1년 이내 만기로 10조 원을 산업은행에 대출하고 산은이 자체자금 2조 원을 더해 12조 원을 은행자본확충펀드에 지원했었다.
한은은 위기시가 아니면 굳이 자본확충펀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자본확충펀드 도입 당시 정부가 출자 등 더 강력한 요구를 해왔던 것을 지금의 제도로 절충한 것에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정서상으로도 폐기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 입장에서도 이 제도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 제도 도입당시 그가 언급했던 “나도 이(박근혜) 정부 사람”이라는 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도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분위기다. A위원은 “마이너스통장처럼 이왕 만들어 놓은 것인 만큼 위기시를 대비해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B위원은 “발권력 동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만큼 굳이 유지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C위원은 “유지도 폐기도 각각 나름의 논거가 있다.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