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결심 공판을 앞두고, 삼성 안팎에선 총수 부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일부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내년으로 미뤄지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27일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 전직 임원 4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특검은 최종의견 진술에 이어 구형을 한다. 항소심에서도 특검의 공소사실 요지가 유지된 만큼 구형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구형은 징역 12년이었다. 항소심 선고는 다음달 말께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부회장 부재 장기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이 1년 가까이 구금 생활을 하면서 삼성은 순탄치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올 초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마저 해체되면서 삼성은 ‘선장 없는 배’와 같았다.
실제 올해가 거의 끝난 상황에서 삼성 인사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과 화재 등 금융계열사 인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면서 계열사 대표를 인사할 주체가 사라져 그룹 전반의 인사 작업에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 주된 이유다.
특히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60대 사장 퇴진룰이 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60세인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성과 사업 연속성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삼성 신사업추진팀의 원년멤버로 바이오사업의 뿌리를 다졌다.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출범과 동시에 사장으로 취임한 뒤 두차례 연임해 현재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최치훈(60) 사장 역시 유임 가능성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인 데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움직임이 있는 현 상황에서 최 사장을 교체하기 쉽지 않다.
삼성은 한번 인사 기준을 정하면 예외를 두지 않았다. 뒷말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전실이 해체되며 인사 속도가 늦어졌고 실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생명 김창수(62) 사장, 삼성화재 안민수(61) 사장, 삼성증권 윤용암(61) 사장 등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 역시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적용받는 금융회사의 경우 CEO추천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또 금융 감독 기관의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