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FTA 개정·北核 등 악재… 반도체 등 특정품목 쏠림현상 해소 과제
작년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여러 수출 신기록이 작성됐지만, 수출 호황이 올해도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고금리, 원고(高), 고유가 등 ‘3고’에 따른 경기 위축 등 난관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새해 첫 현장 방문으로 인천국제공항 수출 물류 현장을 찾아 “상반기 수출총력체제를 가동해 수출 4% 이상 증가를 목표로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수출증가율(15.9%) 고려시 4분의 1 수준이다.
백 장관은 “특히 한국은 원화 강세, 고금리, 유가 상승 등 ‘신(新)3고 현상’과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에 따른 하방 요인이 상존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선진국과 신흥국이 처음으로 성장세가 동시에 확대되는 호황기 속에 수출시장 다변화, 중소·중견기업 육성 등 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고 수출 주력상품인 반도체가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이끈 덕분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수출 실적 50만 달러 이상 기업 514곳을 대상으로 ‘2018년 수출 기업의 경영환경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91.4%가 내년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도 수출 단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호조가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수출 환경은 특히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이달 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 FTA 개정 1차 협상을 시작으로 미국의 통상 압박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자동차와 철강, 농축산물 등 미국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큰 산업은 이미 개정협상의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또한, 한ㆍ중 FTA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도 진행돼 FTA 협상이 어떻게 풀릴지가 큰 변수다. 여기에다 원화 강세, 고금리, 유가 상승 등 ‘신 3고’와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강화, 북핵리스크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국의 수입산 철강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가 이르면 이달 내 발표된다. 미국 정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긴급관세나 수량 제한, 수출 자율규제, 반덤핑·상계관세 직권조사 등을 실시할 수 있다.
글로벌 경기 호조와 수출 1등 공신인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지만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쏠려 있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칫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면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서 수출 호조와 정부 주도의 고용 증가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못 미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경제의 높은 반도체 산업 의존도는 약점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