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개막 ‘CES 2018’ 완성차 업계 출동…‘첨단 디지털 운전석’ 화두 미래상 조망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지시간으로 9일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 월드트레이드 센터(LVCC)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하는 이번 행사는 글로벌 전자기업은 물론 자동차와 여행, 물류회사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총출동해 첨단 IT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독일 ‘IFA’와 스페인 ‘MWC’ 등과 함께 세계 3대 가전·IT 전시회로 잘 알려진 CES는 참가 기업과 방문자 숫자 등에서 단연 최대 규모의 이벤트로 손꼽힌다. 이 같은 위상 변화에는 2010년대 들어 속속 참여하기 시작한 글로벌 완성차들도 한몫하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하나의 커다란 전자기기로 변모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동시에 행사의 성격도 단순 IT기기에서 ‘자동화 시대’로 변화를 맞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불을 지핀 것은 미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메이커 GM이다. 지난해 GM은 북미오토쇼를 일주일 앞두고 열린 CES 2017에서 2세대 볼트(전기차)를 덜컥 공개해 버렸다. GM 최고경영책임자의 기조연설 역시 CES에서 먼저 공개하면서 북미오토쇼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제 모터쇼보다 전자쇼의 중요도가 더 커진 셈이다.
완성차 메이커 CEO들도 북미오토쇼에 앞서 CES에 먼저 얼굴을 내보이면서 행사의 의미를 키웠다. 이처럼 CES의 위상이 점차 커지면서 일주일 차이로 열리던 북미오토쇼가 일정 조정을 검토해야 할 처지가 됐다.
◇스마트홈에서 스마트시티로 주제 확대 = 올해 행사의 공식 슬로건은 ‘스마트시티의 미래(The Future of Smart Cities)’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기기가 가정 내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스마트홈’이 화두였다. 1년 만에 이런 스마트 영역이 비좁은 가정을 벗어나 드넓은 ‘도시’로 확대된 것. 이를 뒷받침하고 이끌어낸 기술이 바로 첨단 자동차들이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는 공공시설, 보건, 경비·보안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AI 시스템과 보안장비, 교통, 네트워크 기반시설 등에서 스마트시티 솔루션이 구현되는 추세와 미래상을 조망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자동차 기업의 키워드는 첨단 디지털 운전석(cockpit)이다. 운전자를 보조하거나 오히려 이끌어갈 첨단 기술이 집약된 운전석이 화두가 된 셈이다.
먼저 보쉬와 콘티넨탈, 모비스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완성차 부품회사가 속속 CES 문을 두드리고 있다.
콘티넨탈은 통합 운전석 시스템으로 미래형 프리미엄 디자인이 차 실내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 앞유리를 디스플레이로 이용하고 터치스크린 기능까지 갖춘 새 기술을 선보인다. 단순하게 거울만 달렸던 사이드 미러는 디지털 화면으로 전환되고, 룸미러가 자리한 공간은 다양한 첨단 정보를 비추는 스크린이 들어선다.
완성차 메이커도 속속 새 기술을 선보인다. 스위스 자동차 디자인 회사 린스피드는 하만 쇼케이스 현장에서 자율주행 마이크로 버스 콘셉트 카 ‘스냅(Snap)’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바이톤 역시 이번 CES에서 첫 번째 작품을 공개한다.
포드와 닛산, 토요타, 다임러,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기존 메이커 역시 전기차를 비롯해 첨단 자율주행차를 대거 출품한다.
공개를 앞둔 닛산 전기차 리프는 지난해 11월 CES 2018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완성차 모델이 모터쇼가 아닌 IT 전시회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미국 EPA(환경보호청) 기준으로 한 번 충전에 150마일(약 24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2세대 모델인 리프는 자동차와 IT 산업 간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2족보행 로봇 ‘아시모’를 개발한 일본 혼다는 이번 행사에서 3가지 인공지능 로봇을 선보인다. 사고나 재난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개념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자율주행 오프로드 콘셉트 카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악지형에 투입하면 인명구조와 방재, 구조용품 투입 등을 해낼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AI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인다. 이른바 ‘메르세데스-벤츠 유저 익스피리언스(Mercedes-Benz User Experience)’, 줄여서 ‘MBUX’로 표기한다.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모두 담아낸 MBUX는 앞서 공개했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메르세데스-미’의 시스템 품질을 업그레이드했다. 이와 함께 라스베이거스 도심에서 S-클래스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시스템 ‘인텔리전트 월드 드라이브’ 체험 행사도 마련한다.
◇지능형 가상비서 기술 선보이는 현대차 = 기아차 스팅어를 북미오토쇼 ‘올해의 차’ 후보에 올린 현대차그룹은 앞서 열리는 CES에도 총력을 다한다.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차가 격년으로 번갈아 참석했지만 올해부터 동시에 CES에 출격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이번 CES까지 4년 연속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신형 수소연료전지차를 앞세워 친환경 기술을, 기아차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를 바탕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을 중점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최근 개발을 완료한 ‘대화형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처음 공개한다. 이른바 ‘커넥티드카 콕핏(Cockpit)’이다.
모비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이 ‘지능형 가상비서’는 운전자가 차에 오르는 순간, 운전석 전면 디스플레이에 홀로그램 형태로 등장한다. 이어 카메라 영상 인증을 통해 운전자를 확인한다. 시트 등받이에 달린 센서를 이용해 운전자의 심장박동과 호흡 상태를 체크해 화면에 보여주기도 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가동되는 도중에는 차 안에서 V2X(Vehicle to Everything)기술, 즉 차와 다양한 외부기기와 연동할 수 있다. 내 차의 위치와 주변 차들의 흐름, 교통신호 등 각종 주행 상황을 3D 화면으로 볼 수도 있다.
가상 비서는 승객이 주행 중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 모든 상황을 음성으로 안내해준다. 현대차가 2019년부터 양산차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