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슈퍼파워’ 인도로 가는 길]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대사 “기업활동 신청 하루 만에 승인… 사양산업도 인도 오면 기회”

‘제조업 육성' 실질 GDP성장률 7.7% 넓은 국토·많은 인구 강점

평균연령 29세 ‘젊은 국가'… 2028년엔 세계 3위 경제大國 성장

가공력 부족하지만 생산력 탁월 ‘글로벌 마켓 베이스'로 제격

▲비크람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대사가 서울 용산에 있는 주한 인도대사관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 중 한국과 인도의 미래에 대해 열변하고 있다. 도래스와미 대사는 “지금보다 10배 많은 기업이 인도에 진출해야 한다”면서 “인도 정부는 해외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용기를 내 인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근 기자 foto@

“내일이 더 좋을 거예요”

비크람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대사는 인도의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 ‘희망’을 꼽았다. 하루하루 발전을 경험하는 젊은이들이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기에 인도가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의미다.

인도는 고속 성장 중이다. 모건스탠리는 인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7.5%, 내년에는 7.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8년에는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경제 국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통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 장기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인도를 둘러싸고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대사를 이투데이가 만났다.

-차세대 고성장 국가로 주목받는 인도의 잠재력은 무엇이며 그 비결은 무엇인가

“국가 면적이 크다는 것과 인구가 많다는 점은 인도가 성장하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점은 평균 연령이 29세인 아주 젊은 국가라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그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또한 현재 정부가 아주 강력하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순위가 30단계 올랐다. 사람들이 경제적 여유를 가지면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인도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많은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기업 활동을 위한 승인 절차에 드는 시간이 훨씬 짧아졌다. 대부분 주(州)에서 하루 만에 허가가 나고 일주일 안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료와 서류들이 온라인 시스템으로 처리된다. 주 정부에서는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 담당 공무원이나 해당 부서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빠른 처리를 독려한다. 더 이상은 ‘딜레이(delay)’가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정책적으로도 많은 승인을 받아야 했던 것이 ‘오토매틱 루트(automatic route)’ 즉 승인 받을 필요 없이 자동으로 진행되도록 했다. 특별히 한국 기업을 위한 환경이 더 좋아졌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과 인도 정부의 합의로 만들어진 ‘코리아플러스(Korea Plus)’라는 기구가 인도에 투자하려는 한국 기업을 돕고 있다. 투자 기회를 문의하는 첫걸음부터 설립 후 공장이 원활히 운영돼 도움이 필요 없는 단계까지 함께한다.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100여 개가 넘는 한국 기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해외 기업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인도에 기업으로 등록되면 해외 기업도 인도 회사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또한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통해 수출 지향 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인도에서 제조하는 자동차의 약 40%를 주변 국가로 수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양허 상의 혜택도 있다. 해외 기업이 활동할 수 있도록 인프라 설립에도 힘쓰고 있다. 기업들이 와서 환경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 환경을 먼저 구축해 기업들이 활동하기 편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과 인도가 상호보완적인 부분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거나 사양인 사업이 인도로 간다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인도는 우유·과일·쌀·밀 등을 어느 국가보다 많이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냉장 운송이나 식품 가공 실력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한국은 냉장 기술이라든가 식품처리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분야에서 협업하면 한국이 인도에 진출했을 때 즉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도와 문화적으로 비슷한 배경을 가진 아랍이나 중동, 중앙아시아 등에 수출할 수도 있다. 인도에 그저 몇 가지 제품을 팔기 위해 온다면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인도를 글로벌 마켓의 베이스로 생각한다면 향후 30년간 한국의 발전에 인도가 디딤돌이 될 것이다. 현재 인도에는 74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10배는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같은 한국 기업은 인도 경제가 문을 열기 이전에 인도에 진출했다. 그들은 환상적인 성장을 했고 브랜드 이름을 인도에 각인시켰다. 현재 시장 선도자로서 인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때 했던 것처럼 한국 기업들이 용기를 내서 인도에 진출해 기회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한국 기업이 벵갈루루, 첸나이 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그 외에 투자할만한 잠재력을 지닌 지역을 추천한다면

“한국인과 기업들은 첸나이와 벵갈루루, 델리에 주로 모여있다. 처음 진출해 성장한 곳이라 커뮤니티와 기업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탈랑가나와 마하라슈트라, 구자라트 주도 좋은 목적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인도 남부의 탈랑가나 주와 안드라프라데시 주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곳이고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뭄바이가 있는 마하라슈트라 주는 산업 기반이 잘 구성되어 있다. 모디 총리가 13년 동안 주총리로 있었던 구자라트 주는 인도에서 가장 좋은 인프라를 갖췄다고 볼 수 있는 곳이다. 독일과 벨기에,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도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는 것을 확신시키기 위해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해왔다. 앞으로 진출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과 인도의 교류에 대해 만족하는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인도가 한국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지난 몇 년간 많은 방문이 이어졌다. 모디 총리가 방한했고 10명의 장관도 한국을 찾았다. 8개 주에서 대표단을 이끌고 왔다. 인도 국회의장과 대법원장도 방문했다. 2017년 7개월간 무역은 약 30% 늘었다. 한국에서 인도로의 수출이 30%, 인도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이 약 26% 증가했다. 한국의 인도 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최근 인도에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아차의 공급사 17곳도 인도에 진출한다. 삼성, 롯데, 오리온 등도 인도에 투자할 계획이다.

아쉬운 점은 무역과 투자가 늘었음에도 아직도 많은 한국인이 인도를 조금 멀게 느낀다는 것이다. 인도 델리까지 비행기로 8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멀지 않은 국가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같은 아시아 국가이기 때문에 남미나 유럽보다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인도에 대해 바로잡고 싶은 오해나 편견은

“많은 사람이 TV를 통해 인도의 한 측면만 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가난한 사람이 많고 열악한 환경도 물론 있지만 또한 부자들도 많다. 몹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삶이 매우 고되지만 부유층이 사는 곳에 가면 어느 선진국보다도 풍족하게 살고 있다. 인도의 백만장자는 한국이나 일본보다 많다. 중산층 수는 미국 인구보다도 많다. 영어를 유창하게 쓰는 인구는 1억2500만 명 정도 되는데 이는 영국과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인구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인도는 다양성이 있는 곳이다.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고 있다. 이 모든 사람이 발전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도 성장의 핵심이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30, 40년은 이러한 열망이 인도 경제와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국에 진출한 인도 기업이나 산업 분야는

“이미 두 개의 인도 기업이 한국에 진출했다. 타타대우상용차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마힌드라그룹이다. 이외에도 농업기구와 전자제품, 로지스틱스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이투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인도에 대해 모르는 분이 있다면 꼭 인도에 가보시기를 바란다. 인도를 가보지 않고는 인도를 알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방문한 뒤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도래스와미 대사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국의 중장년 세대처럼 현재 인도 청년들이 발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중장년 세대는 한국의 발전을 직접 목격했다. 그것이 지금 바로 인도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입고 먹는 것이 아버지 때보다 나아졌고 아버지도 할아버지 때와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텐데 인도의 성장을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은 바로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젊은이가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 아버지의 삶보다 내 삶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