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주주에서) 물러나지만 현대상선을 꼭 도와달라.”
‘눈물의 편지’까지 보내며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나섰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현대상선 전 경영자들이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과정에서 맺은 ‘부당 계약’이 현재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상선 측은 전임 경영진이 체결한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관련 계약으로 최소 1094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반발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이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진행됐고, 매각 과정에서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의 긴밀한 협의가 이뤄졌는데 3년이나 지나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에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현대상선의 현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장진석 현대상선 준법경영실장도 16일 기자회견에서 고소 전 산업은행과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배임에 의한 피해는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입장이다”며 이같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2년여 간 혹독한 구조조정 영향으로 산업은행 체제에 편입됐으나 아직까지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15년 2분기부터 시작된 영업적자는 올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영업을 해도 당장 손실을 메우기 급급한 현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별로 없다. 이에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사적 차원에서 과거 체결된 계약들을 검토했고, 이번에 논란이 된 계약 건도 발견하게 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16년에 채권단 실사 과정에서 회사에 부담이 되는 악성 계약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했고 그 과정에서 로지스틱스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발견했다”면서 “유창근 사장 취임 후 그런 (악성) 계약들은 제거해야 한다고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상선이 입은 피해를 입은 부분과 관련해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금액을 묻는 질문에는 “대강의 규모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현대상선은 옛 모기업과 일전을 불사해야할 상황이 됐다. 현대상선은 추후 손해배상청구소송(민사소송)까지 제기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소송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