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차세대백신 4천억 투자’.. SK케미칼, 10년의 노력과 결실

입력 2018-02-13 06:15수정 2018-02-13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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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피파스퇴르와 1700억 규모 세포배양 독감백신 기술이전 계약..2008년 차세대 백신 사업 착수ㆍ총 3종 개발 등 성과

SK케미칼이 차세대 백신사업에 뛰어든지 10년 만에 첫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세계 독감백신 시장 1위' 사노피파스퇴르에 백신 기술을 수출하는 쾌거다. 차세대 백신 개발에 총 4000억원을 투자하며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한 노력이 점차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케미칼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 전경

◇'세계 독감백신 1위' 사노피파스퇴르에 세포배양백신 기술수출..'범용백신' 개발 시도

SK케미칼은 미국 사노피 파스퇴르와 세포배양 방식의 고효율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생산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사노피파스퇴르가 SK케미칼의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 생산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독감 백신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총 기술수출 규모는 1억5500만달러(약 1680억원) 규모다. 반환의무 조항 없는 계약금은 1500만달러(약 163억원)이며 기술이전 완료시 수령하는 마일스톤은 2000만달러(약 약 217억원)다. 사실상 계약금은 3500만달러(약 380억원)인 셈이다. 계약 단계별 수령하는 마일스톤은 1억2000만달러를 수령하는 조건이다.

사노피파스퇴르는 미국과 유럽에 세포배양 인플루엔자 백신 기술에 대한 독점사용권을 갖는다. 이번 기술수출은 SK케미칼이 2008년 차세대 백신 개발에 뛰어든 이후 처음으로 체결한 백신 기술수출이며 국내기업이 자체개발한 백신이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이전된 첫 사례다.

SK케미칼이 기술 수출한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 기술은 기존 유정란 방식과 달리 동물세포를 활용해 생산하는 독감백신이다.

▲SK케미칼이 안동 L하우스에서 세포배양 탱크를 활용해 독감백신을 생산하고 있다.(자료: SK케미칼)
세포배양 백신은 유정란을 활용해 만든 전통적인 백신 제조법이 아닌 개나 돼지의 세포로 만든 백신을 말한다. 유정란 백신은 확보한 유정란의 양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되거나 조류 독감과 같은 외부 오염이 발생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세포배양 백신은 단기간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외부 오염에도 안전해 긴급 상황을 대비한 차세대 백신으로 평가받는다.

사노피파스퇴르는 SK케미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활용해 범용 독감백신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범용 독감백신은 바이러스 사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염기서열을 표적으로 해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까지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독감백신이다.

독감백신은 매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유행할 것으로 예측한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만드는데 WHO가 예상한 바이러스주와 실제 유행 바이러스주가 일치하지 않는 미스매치(mismatch)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사노피파스퇴르가 SK케미칼의 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해 개발을 시도하는 범용 독감백신은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무관하게 모든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만능 독감백신’인 셈이다.

사노피파스퇴르는 유정란 방식으로 만든 독감백신으로 세계 시장에서 약 40%를 점유한 세계 독감백신 시장 1인자다. 아직 확보하지 못한 세포배양 독감백신 기술을 SK케미칼로부터 도입, 차세대 백신도 장착하겠다는 노림수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사노피 그룹의 백신 사업부로 1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독감백신을 제조·공급한다. 사노피파스퇴르는 20여종의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 매년 전 세계 5억명 이상에 공급하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세포배양 독감백신은 박스터와 노바티스도 개발했지만 수율이 떨어져 상용화되지는 못했다"면서 "SK케미칼이 개발한 백신은 수율이 높아 유정란 방식 백신에 비해 원가구조가 높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이 국제 특허를 출원한 ‘부유배양 자체 세포주(MDCK-SKY)’는 백신 항체 생성에 사용되는 동물 세포를 공중에 떠있는 상태에서 배양토록 해 공정을 단순화 시키고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세포배양 백신의 경우 제조과정에서 세포가 배양탱크 벽에 붙어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케미칼은 이 기술을 활용해 2015년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출시했고 2016년 세계에서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SK케미칼의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는 출시 이후 3년만에 누적 판매량 1400만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를 돌파했다.

데이비드 로우(David Loew) 사노피 파스퇴르 CEO는 “혁신적인 기술의 라이센스를 가져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범용 독감 예방 백신을 개발하려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집중했던 전략이 거둔 성과”라며 “국산 백신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와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자평했다.

◇10년간 백신사업에 4천억 투자·R&D역량 집중..차세대 백신3종 개발

이번 SK케미칼의 백신 기술이전은 지난 2008년 백신 사업에 뛰어든지 10년 만에 따낸 첫 기술수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케미칼은 2006년 동신제약을 인수하면서 백신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SK케미칼은 백신 자급화를 목표로 2008년부터 총 4000억원을 투입해 백신 개발을 진행했다.

2012년 경북 안동에 20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백신공장 엘하우스(L HOUSE)가 SK케미칼의 차세대 백신사업의 핵심 기반시설이다. 엘하우스에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의 기반기술 및 생산설비를 보유해 대상포진백신을 포함해 국내에서 개발 가능한 대부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우수제품을 생산공급하면서 우리 삶과 건강에 없어서는 안될 빛(Light)과 소금(Salt)의 역할을 하자는 취지로 공장 이름을 L하우스로 지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케미칼의 또 다른 생산기지 청주공장의 이름은 'S하우스'다.

SK케미칼은 지난 2014년 사노피 파스퇴르와 차세대 폐렴구균백신의 공동 개발 계약을 맺고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이다. 빌&멜린다게이츠재단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연구 개발 지원 하에 국제백신연구소와 장티푸스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구인 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와의 신규 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미 SK케미칼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포함해 차세대 백신 3종의 개발에 성공했다.

SK케미칼은 2016년 프리미엄백신으로 평가받는 폐렴구균 백신 ‘스카이뉴모프리필드시린지’의 시판허가를 식약처로부터 받았다. 50세 이상의 성인에서 폐렴 구균(혈청형 1, 3, 4, 5, 6A, 6B, 7F, 9V, 14, 18C, 19A, 19F, 23F)으로 인해 생기는 침습성 질환의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승인받았다. 폐렴구균으로 인한 침습성 질환은 패혈증, 수막염 등이 있다.

▲SK케미칼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지난해에는 대상포진 예방백신 ‘스카이조스터주’의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보통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뒤 몸 속에 잠복상태로 존재하다가 다시 활성화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스카이조스터는 MSD의 ‘조스타박스’에 이어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업화 단계에 도달한 대상포진 백신이다.

SK케미칼은 수두백신, 소아장염백신, 자궁경부암백신, 장티푸스백신 등을 개발 중이다. SK케미칼은 지난 2012년부터 국내에서 총 36개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20건이 백신 제품이 차지할 정도로 백신사업에 R&D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연도별 SK케미칼 임상시험계획 승인건수 및 백신 임상계획 승인 건수(단위: 건,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SK케미칼 관계자는 “향후 L하우스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프리미엄 백신들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WHO PQ(사전적격심사) 인증을 통한 국제 입찰 및 글로벌 기업으로의 기술 수출도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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