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설 연휴 3일을 전 국민이 즐기고 있지만 1985년 이전만 해도 아예 설을 쇨 수조차 없었다. 우리보다 일찍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태양력의 과학성(?)을 신빙한 일제는 그들 스스로도 음력을 버리고 양력을 택하면서 우리나라를 병탄한 후에는 우리에게도 양력 1월 1일을 설로 쇠라고 강요하며 전래의 음력설을 폐기하였다.
광복 후 이승만 정권도, 그다음의 박정희 정권도 이른바 ‘이중과세(二重過歲 過:지날 과, 歲: 해 세)’, 즉 설을 두 번 쇠어 이중으로 한 해를 보내는 것을 금한다는 미명 아래 음력설을 쇠는 것을 금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음력설을 쇠는 풍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1985년에는 설을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고쳐 부르며 하루를 휴일로 정하는 조치를 하였다. 그리고 1989년에는 궁상맞던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을 내버리고 전래의 명절인 설을 완전히 회복하여 지금처럼 3일 동안 휴무하며 전 국민이 명절을 명절답게 쇠도록 하였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음력으로 절기를 정한 것을 보면 음력의 정확성 또한 무시하지 못할 점이 있다. 어제까지 찌던 더위가 입추를 맞으면서 하루아침에 산들바람으로 누그러드는 것을 경험하며 신비하게도 음력이 더 정확하게 계절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생각을 한두 번 정도는 다 해 봤을 것이다.
얼마 전에 입춘을 맞았다. 이번 입춘은 ‘입춘 추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더 매섭게 추웠지만 이제 설을 쇠고 나면 사방에서 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음력 1월 1일을 ‘춘절(春節)’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중국 발음만 따라가 ‘춘졔’라고 부르며 “춘졔 연휴를 맞아 중국 요우커(遊客:관광객)들의 방한이 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참 한심한 노릇이다. 새봄맞이 설을 쇠면서 다시 한번 새해의 각오와 다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