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화제인물] ’전설’이 된 ‘빙속여제’ 이상화

입력 2018-02-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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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했습니다. 격려해 주세요!”

‘빙속 여제’ 이상화(29)가 18일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으로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일곱 살 때 친오빠를 따라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이상화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쇼트트랙 선수로 시작했으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당시 동계체전에서 500m, 1000m를 석권한 이상화는 중학교 3학년부터 지금까지 태극마크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첫 출전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5위에 오른 이상화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권에 이름을 올리며 기량을 쌓았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빙속 여제’로 거듭났다.

그러나 소치올림픽이 끝난 뒤 무릎 부상이 발목을 잡으며 이상화를 괴롭혀왔다. 이후 열린 월드컵에서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자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수많은 라이벌들도 이상화의 자리를 위협했다. 특히 중학교 때부터 ‘절친’이던 고다이라 나오(32·일본)가 2016~2017시즌 급부상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상화의 앞을 가로막을 유력한 선수로 손꼽혔다. 주변에서도 고다이라와의 맞대결을 ‘작은 한·일전’으로 강조하며 이상화에게 부담을 줬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와 비교하지 말고 제게 집중해 달라”며 이번 올림픽이 자신과의 싸움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기록 경신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어깨에 짊어지기보다 최선을 다해 연습에 집중했다. 그는 “시상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할 테니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결국 이상화는 은빛 질주로 마지막 올림픽을 장식하며 약속을 지켰다. 앞서 달린 고다이라가 새로운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부담감을 가중시킨 상황에서도 이상화는 100m 구간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며 레이스에 집중했다. 경기가 끝난 뒤 관객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격려하자, 이상화는 눈물을 흘리며 태극기를 들고 관객들과 벅찬 감동을 나눴다. 고다이라 역시 이상화를 끌어안으며 ‘빙속 여제’의 마지막 올림픽을 함께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상화는 “경기장에서 더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기회는 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상화는 “은퇴라고 말씀드리기는 뭐하고, 경기장에서 볼 시간이 있을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

▲18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화가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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