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본 상속·가업승계] 비트코인과 상속

입력 2018-02-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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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같은 소위 암호화폐가 요즘 엄청난 이슈이다. 최근 암호화폐가 투기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황이 되자 정부에서도 거래소를 폐쇄할 수도 있다는 등 여러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암호화폐를 증여나 상속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암호화폐 가치가 최근 크게 상승하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생긴 것 같다. 또한 소유권이 어떻게 이전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세금을 어떻게 부과할지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게 없어 증여, 상속 과정에서 생기는 세금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현재 우리 법은 암호화폐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암호화폐의 성격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우리나라 법원은 비트코인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으로 인정하고, 범죄로 취득한 비트코인은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미국과 독일, 호주,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도 범죄에 쓰인 비트코인을 몰수한 사례가 있다.

세금 문제는 어떨까? 미국이나 일본, 독일, 영국 등은 암호화폐 관련 과세 체계를 이미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과세당국이 지금까지 내놓은 입장을 보면 현행 세법 체계에서도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하는데 문제는 없다고 보는 것 같다. 다만 암호화폐가 이전되는 것을 어떻게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지,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관리, 보관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한 젊은이가 사망했는데, 이 젊은이의 가족들이 비트코인 지갑의 비밀번호에 해당하는 개인키(private key)를 알지 못해 비트코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 매매 동향을 분석하는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이와 같이 개인키를 분실하는 등의 사정으로 사라진 비트코인이 현재까지 채굴된 비트코인의 20%가 넘는다고 한다.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암호화폐 규제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암호화폐 거래를 실명으로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거래가 투명해지고 이전 및 거래로 인해 생긴 수익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암호화폐를 산 이후 이를 외국으로 보내 외국 거래소에서 환전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국에서 계좌를 개설하는게 쉽지 않고, 외국에서 환전한 돈을 국내에 가지고 오는 과정에서 적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으로 우리나라 법이 암호화폐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지, 또한 세금 등을 통해 어떤 규제를 할지 명확하지 않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증여나 상속의 수단으로 암호화폐에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최근 암호화폐 가치의 등락이 매우 심하고 생각보다 보관이나 관리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필자도 증여나 상속의 관점에서 암호화폐에 접근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스마트계약, ICO 등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는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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